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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희망이 흐르는 교육/쿵쿵쿵 교육이야기

비싼 차량 임차료를 내고 김밥 먹으로 가는 현장학습을 거부한 학교 이야기

현장학습은 비싼 임차료를 내고 김밥먹으로 가는 날이 아니다.

 

세상을 품은 큰강아지똥

 

 

현장학습이 일회성 비싼 이밴트로 변질 되어 버렸습니다.

 

   풍, 어떤 말보다 아이들 맘을 설레게 하는 말입니다. 소풍이라고 부를 때는 학교 주변의 공간을 걸어서 갔습니다. 길게는 한 시간 반, 짧게는 한 시간 정도의 거리를 줄 맞추어서 강가나 숲을 찾아 갔습니다. 늘 하는 보물 찾기, 수건 돌리기, 반별 장기 자랑을 하며 신명나게 놀았습니다.

 

 

소풍이라는 말이 사라지고 현장학습이 생겼다.

 

  언제부터인가 ‘소풍’이라는 말이 ‘현장체험학습’이라는 말이 되었습니다. 달라진 것은 차를 빌려서 조금 멀리 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걸어가는 재미 대신 차를 타는 재미가 생겼고, 차를 타고 간 공간은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라 모여서 수건돌리기나 장기자랑을 할 공간이 없습니다. 대신 시설물을 둘러보고 김밥 먹는 재미가 가장 큰 재미입니다.

 

 

현장학습은 비용대비 교육적 효과가 떨어집니다.

 

  차량 임차료는 비쌉니다. 거제도를 기준으로 거제도를 벗어나려면 50-60만원은 기본입니다. 많은 경비를 내고 가다 보니 현장학습은 일회성 이벤트 행사가 되어 버렸습니다. 교육적 프로그램은 사라지고 현장체험학습 장소가 주는 수동적 관람이 전부가 된 행사가 되어 버렸습니다. 오고 가는데 약  2시간 이상의 시간을 사용하다 보니 현장에서는 급하게 무엇인가를 둘러  보고, 김밥을 먹고 또 다시 급하게 돌아오는 이상한 활동이 되어 버렸습니다. 결국 현장학습은 비싼 차량 임차료를 내고 김밥을 먹으러 가는 날이 되어 버렸습니다.

 

 

 현장학습의 운영 형식과 접근 방식이 변해야 합니다.

 

  기 초부터 선생님들과 새로운 현장체험학습을 그려보았습니다. 장소는 학교 인근으로 하여 활동 시간을 더 확보하고, 관내 무료 차량을 이용해서 움직이고, 관광버스의 비싼 임차료를 수익자 부담(학교 학부형님께 부담)으로 하지 않는 대신 학교 경비로 현장체험학습 운영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임차했습니다.

 

임차를 한다면 차량이 아닌 프로그램을 임차합시다.

 

 

 

 

 

가까운 곳을 교육적 장소로 활용해야 한다.

 

 

 거제초등학교의 봄 현장 학습 체험 장소는 노자산 휴양림입니다. 학교와 약 20분 거리에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바람의 똥꾸를 찌른 솔숲 ’활동을 교육과정 속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장체험학습을 교육과정의 영역으로 안고 오기 위해서 숲 관련 프로그램을 선생님들과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학교는 누군가 함게할 수 있는 품이 있어야 합니다.

 

  전체적인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은 ‘경남환경교육문화센터’ 생태 해설가 선생님들께 도움을 청했습니다. 학교 교장선생님께서도, 학교 행정 지원팀도, 선생님들도, 모두가 새로운 도전을 적극적으로 도와 주셨습니다. 딱 하나, ‘미세먼지’만이 유일한 방해꾼입니다.

 

 ‘경남환경교육문화센터’선생님들께서 사전 답사를 통해 12학급, 약 230명의 학생들이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동선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동선을 따라서 간단한 생태 해설, 숲 놀이, 조작 활동, 활동 평가 순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해 주셨습니다.

 

 

 

 

 초록빛 숲 품에 풍덩 빠진 아이들 

 

 자산 자연휴양림, 푸른 초록 웅덩이가 아이들을 품었습니다. 숲 해설가 선생님들께서 반별로 한 분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담임 선생님들께서 공동 진행자로 아이들을 관리하고,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고자 보조했습니다. 현장체험학습의 성공 유무는 프로그램의 구성과 운영에 달려 있습니다. 프로그램에 대한 구성이란 교육 받을 대상에 대한 고려, 운영은 프로그램에 대한 준비가 판가름합니다.  

 

 

 

전문가는 늘 준비하는 사람이다.

 

 

 곳에서 학생들을 위해 꼼꼼하게 준비해주신 모습들과 프로그램에 대한 숙련도를 눈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현장체험학습으로 맘이 구름 위에 있는 아이들을 집중시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끝까지 아이들을 품기 위해 질문하고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전문성과 열정이 돋보이는 부분이였습니다.

 

 

교사 열정이 프로그램의 깊이와 넓이를 결정합니다.

 

교사는 가르치는 전문가들입니다. 혼자 있을 때는 자기가 얼마나 전문가인지 모르지만 누군가 가르치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자기가 전문가인지 스스로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사는 어디 있어도 늘 빛 난다.

 

 모든 선생님들이 아이들 옆에서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하고 학생들과 숲 해설가 선생님을 지원했습니다. 소중한 자리를 가득 채워 주셨기 때문에 강사님이 프로그램에 더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체험 활동에서 공동 운영자 또는 보조자의 역할은 주교육강사 보다 더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프로그램의 집중도를 유지하고 관리하기 때문입니다.

 

4학년 1반을 중심으로 전체적인 프로그램 운영 형식입니다.  간단하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활동1. 숲 친구들이 아이들에게 왔어요

 

  아이들과 숲에 대한 간단한 해설과 놀이를 했다. 둘레에  대한 생물들에 대한 생태 해설을 함께 했다. 잠깐 자리를 비워서 앞 부분 30분을 자세히 보지 못했다.

 

 

 

 

활동 2. 관계를 이해하는 무당벌레 개미 진딧물 놀이

 

 관계를 놀이로 표현했다. 아이들이 처음에는 어리둥절 하더니 놀이를 시작하니 날리가 났다.

몸이 부딪치고 맘도 부딪치고 우리는 그렇게 더 깊은 친구가 되었다.

 

 

 

활동3. 벚꽃나무의 꿀샘 찾기 활동

 

  생물들과의 관계를 이해하는 놀이다. 개미가 나무 가지를 오르 내리는 이유를 벚꽃나무 꿀쌤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쉽게 설명을 해 주셨다. 나도 신기했다.

 

 

 

 

활동4. 나무 생태계를 경험하는 물관 놀이 활동

 

 오감을 이용한 놀이와 체험 활동이다. 나무가 물을 뽑아 올리는 삼투압 작용을 직접 경험하게 했습니다. 나무가지의 물관을 이용해서 물 맛을 봤다. 물이 달다는 친구도 있고, 쓰다는 친구도 있다. 물이 안 올라 온다는 친구도 있다.

 

 

 

활동5. 자연물을 이용한 핸드폰 고리 만들기 활동

 

 도토리 껍질을 이용해서 핸드폰 고리를 만들었다. 아이들이 부모님 선물하고 싶은 욕심에 모두가 최선을 다했다. 아이들 스스로 멋진 핸드폰 고리를 만들었다.

 

 

 

 

활동6. 활동평가를  위한 느낌 공유하기

 

 느낌을 공유하고 표현하는 종이를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곳에 자기가 본 것, 느낀것을 적게 했다. 이 과정을 통해서 학생들이 전체적인 프로그램을 돌아 보게 하고 감성과 배움을 깊이 가슴에 담게 했다.

 

 

 

 

 

 전체적인 프로그램이 단단합니다. 많은 경험과 지도 역량들이 돋보이는 구성입니다. 230여명을 좁은 공간에서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다른 팀들의 교육활동들을 안정적으로 지원하면서 연결 고리가 있는 멋진 프로그램을 구성해 주셨습니다. 

 

 

잘 놀아야 밥맛이 좋다.

 

이들과 데스크에 앉아서 맛 나는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열심히 놀고 공부했기 때문에 유달리 김밥들이 달고 맛있었습니다. 김밥을 먹고 있는데 이상한 합창소리가 들렸습니다.

 " 배고파"

 " 배고파"

 " 배고파"

  다른 학년보다 조금 늦게 내려 온 1학년의 합창입니다. 아이들이 얼마나 프로그램에 몰입했는지 알 수 있는 합창이였습니다.

 

  신나게 놀고 온 아이들 얼굴에는 온화한 웃음이 피었습니다. 이제 막 잎이 돋기 시작한 여린 나뭇잎처럼 밝은 웃음꽃이 여기저기서 보였습니다.

 

 

 

숲은 호기심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다.

 

아이들이 원하는 자유시간을 주었습니다. 아이들과 놀기 위해서 숲으로 갔습니다.
“뱀 잡으러 가자!”
 “뱀 있어요.”
 ‘뱀 잡으러 가자’는 말에 아이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아이들과 뱀을 찾는 시늉을 하며 돌을 뒤집기 시작했습니다.
  “돌 밑에 뱀 있어요.”
  “숨어 있을지 몰라.”
  아이들이 여기저기 돌을 뒤집기 시작했습니다. 돌을 뒤집는 목적은 거제도에서만 쉽게 발견되는 애사마귀 알집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희귀종 애사마귀 알을 찾았어요.


 “찾았다!”
 “선생님 이게 사마귀 알이에요?”
 “사마귀 알이 왜 사각형이에요?”

  "애사마귀 알이야"

   아이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 어떻게 해요"

   “교실에 키워 보자.”
  이 말 한 마디에 아이들이 더 신이 났습니다. 덕분에  5개의 애사마귀 알을 더 찾았습니다.

 

 

 

 

 

석룡자. 돌 밑의 용, 도롱뇽을 발견한 아이들

 

 

 “ 선생님 뱀 찾았어요!”
   깜짝 놀라 아이들에게 다가가 보았습니다. 도롱뇽입니다. 알을 낳고 돌 밑에 숲이 있던 도롱뇽이 아이들을 보고 깜짝 놀라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만져 보고 싶다고 해서 아이들 손에 올려 주었습니다. 다른 생명과의 만남에 아이가 웃었고, 이상한 아이들 앞에서 도롱뇽이 당황해하며 숨으려고 했습니다. 스타처럼 아이들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아이들이 두려움 없이 도롱뇽에게 다가 갔습니다. 만져 보고 싶어했고 아이들이 이렇게 말했다.

 " 살살해 다쳐"

 숲의 푸름이 신명나게 놀고 풀린 온기가 다른 생명들을 품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놀 줄 안다.


  양림에서 가장 놀기 좋은 계곡으로 아이들을 이끌고 갔습니다. 그저께 온 비로 계곡물 소리가 밝고 신선합니다.
 “계곡에 들어가도 돼요?”
 “무릎 아래 까지만 들어가.”

 

 

 

  이 소리가 들리자마자 아이들이 양말을 벗고 계곡에 들어갔습니다. 가재를 잡겠다고 돌을 뒤집고, 신명나게 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놀 줄 알고 있습니다. 놀이는 사람이 가진 본능이기 때문입니다. 혹시나 둘레에 뱀이 나와 있을까봐 주위를 둘러보고 아이들을 보호하기 좋은 위치에 앉아서 아이들과 장난을 주고받았습니다.
  “선생님 개구리 있어요?”
  “잡아, 우리 선생님 좋아 하잖아.”
  계곡에 나왔던 옴개구리는 아이들 소리에 놀라 더 깊은 돌 아래로 숨었습니다.

 

 

맨 몸이 자연과 만날 수록 자연에 더 집중한다.

 

 

 

  “맨발로 계곡 탐사하자!”
  “맨발로 어떻게 가요?”
  “용기 있는 사람만 와!”

  내가 선두에 서고 계곡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맨발로 계곡을 오르는 것은 주변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야만 더 안전하고 사고가 없습니다. 아이들이 맨발로 바위를 타며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모두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습니다.

 

 

아이들 일기장에 길게 적을 수 이야기라면 우리는 성공한 이야기를 만들었다.

 

 

 신명나고 좋은 것은 아이들이 먼저 알고 있다.

  “선생님 오늘 일기장에 길게 적을 것 같아요.”
  “선생님 너무 재미있어요.”
  “선생님 또 오고 싶어요.”
  말을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이들은 저마다 오늘 일들을 평가했다.

 

 

 

강을 거꾸로 오르는 연어만이 새로운 생명을 낳을 수 있다.

 

 

 늘 우리는 강을 거꾸로 오르는 연어입니다. 그냥 편하게 하면 되는 ‘현장체험학습’을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스쿨뱅킹으로 나가는 수익자 경비에 애태워 해야 할 이유가 없었지만, 그것이 효과적인 지출인지 묻고 거부했습니다.

 

  강을 오르는 것을 두려워했지만 아이들 웃음소리에서, 숲 속에 풍덩 빠져 있는 아이들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이들을 위해서 노력하는 숲 선생님을 보면서, 두려움을 이겨 낸 것 같습니다. 성공적으로 물을 오른 연어는 새로운 가치와 생명을 품을 것입니다.

 

 첫 번째 연어가 성공적으로 힘차게 강물을 거슬러 올랐습니다.  오늘, 처음 오르는 연어의 뒷모습을 누군가는 보았습니다.  이제 비싼 돈 내고 김밥 먹으러 가는 현장체험학습을 거부하는 선생님들과 학교가 늘어나면 좋겠습니다. 분명 따라 오르는 언어가 있을 것입니다.

 

 

쿵쿵쿵2018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