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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으로 향한 숨구멍

봉하 마을은 우리가 먼저 시작한 생태 문명의 씨앗이다.

봉하 마을은 우리가 먼저 시작한 생태 문명의 씨앗이다.

 

 

  2018년 8월 15일 광복절에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김해 봉하 마을 '우리 동네 생태 탐사단 강사로 봉하마을을 방문한 꼬마 손님들과 놀았다. 일 년에 한두 번은 오고 가는 곳인데, 오늘은 봉하마을의 생태적 가치를 알리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오게 되어서 느낌이 새롭다. ‘나도 나름 쓸모 있게 살고 있구나’ 다행이다. 


앞 프로그램에 대한민국의 미래 꾸륵새 연구소 정다미 소장님과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전연구소 소장님이 아이들에게 멋진 추억을 만들어 주셨다. 오늘은 우리 동네 생태 탐사단 마지막 날이다. 


 

 

 참가한 아이들을 위한 선물도 꼼꼼하게 챙겼다. 신명나게 노는 것은 준비가 필요하다. 내가 쓴 책 긴꼬리투구새우가 궁금해, 책갈피, 버튼. 나에게 특별한 추억들이 있는 물건이다.

 

 

상이 조금 변했어요.

 

 먼저 도착하자마자 노무현 대통령님께 인사를 드렸다. 세월은 갔지만, 그 앞에 서면 여전히 가슴에 찐한 열기를 느낀다. 오늘은 그분 앞에 서서 ‘ 세상이 조금 변했어요’라는 말을 했다.

 

 

 

 

 전종택 팀장님에게 전화했다. 처음 만났지만 따뜻한 목소리와 부드러운 힘이 느껴진다.
“대통령 사저를 개방했습니다.”
“ 한번 안내 하겠습니다”
 정종택 팀장님 따라 노무현 대통령 봉하 마을 사저로 갔다. 사저 견학은 인터넷이나 사전접수로 가능하다. 들어갔을 때 사저 탐방객을 대상으로 안내가 시작하는 팀을 만났다.

 

 

 

 

 

솔직함과 담백한 감나무 염색 빛이 가득한 노무현 대통령님 사저

 

 실내의 모습은 밖에서 보는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솔직하고 담백했다. 손님을 맞이하는 사랑채에는 오신 특별한 선물이 있다. 창 밖 소나무와 바위 산, 이것이 창문의 칸과 어우러져 멋진 병풍이 된다. 노무현 대통령님은 외부 손님이 오시면 이 자리에 앉게 하시고 창밖으로 보이는 산 풍경을 선물하셨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님이 ‘ 창밖 풍경 좋지요’라며 첫인사를 하는 모습을 상상을 했다. 잠깐 자연을 볼 수 있는 여유를 선물하고 싶은 속 깊은 맘에 맘이 더 뜨겁다. 그분은 그런 분이다.

 


사진 속에서 보았던 자전거들이 유물로 남아 있다.  소박한 평범한 추억의 소품들이다. 



사랑방에 앉으면 보이는 창 밖 풍경, 창문이 4폭 병풍 모습이 된다. 


 



 사저 한구석에 건축 설계사와 주고받은 사저에 대한 설계도 밑 그림이 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머물고 싶었던 서울을 벗어나 고향 작은 마을로 오기 위해서 그 분은 차근 차근 준비를 했다. 우리 나라 고관 대작들이 권력에서 내려 올 쯤에 했던 정리와는 분명 다른 방식이다.

 

[ 봉하 사저를 위해서 주고 받은 설계초 초안과 글들]

 

 책을 보셨던 서재와 회의실, 마지막 까지 사용하셨다는 안방의 컴퓨터, 경비실과 비서동, 이 모든 것들이 작은 공간에 곱게 앉아 있다. 이곳을 위정자들은 ‘아방궁’이라고 말하며 비판했다. 썩은 입과 썩은 언론과 썩은 위정자의 토사물이 얼마나 더러운 것인지 사저는 소리 없이 말하고 있다.


 

[경비동과 비서동, 사저와 함께 있음]

 

[서재, 보신 책들이 그대로 있음 ]

 

[회의실 겸 서재 모습]

 

[안방과 사용하셨던 컴퓨터] 

 

 

[식당]

 

 

생태계를 보는 눈을 달아 주는 시간

 

수업을 준비할 때 고민이 많았다. 폭염으로 아이들이 신명나게 놀 수 없다. 전체 캠프의 마 지지만 날이다. ‘특별하고 각별함’을 주는 생태캠프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 수업 주제를 ‘생태계를 보는 눈을 달아 주는 시간’으로 정했다. 관찰 활동의 기본 요소를 분류라는 경험을 잠자리를 통해서 아이들과 나누기로 했다.

 

 

 

집중력이 필요한 실내 수업을 했다.

 

 참가한 학생 중 생태적 능력이 발달한 아이들이 몇몇 보였다. 집중력이 떨어지면 재미 없는 프로그램이 된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아이들이 집중력을 유지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좀잠자리 가슴 무늬 분류 활동은 초등학교 학생들이지만 신명 나게 잘했다. 역시 왕잠자리 수채 분류 활동은 조금 어려워했다. 다행히 준비한 왕잠자리 탈피각이 아이들 호기심에 불을 질렀다.

 



아이들과 잠자리 만들기를 했다. 그리고 야외에 붙였다. 잠자리에 소원을 적게 했는데 ‘엄마 아버지 구박하지 마세요’라는 솔직한 글을 쓴 아이도 있다.

 

 

 


멈추어 서면 누군가는 다가 온다. 아이들을 반겨준 된장잠자리들

 

 실내 활동을 끝내고 야외에 잠자리 채집 활동을 아이들과 했다. 밀잠자리가 아이들을 반겨 주었다. 아이들에게 전문가용 잠자리채를 사용했다.  아이들 키 배가 넘은 잠자리채를 아이들이 들고 다녔지만 잠자리채가 주는 신명이 아이들 얼굴을 환하다.

 

 

 

 

 들판에서 된장잠자리 한 무리가 아이들에게 인사를 했다. 아이들이 챕질로 잠자리를 낚아채며 된장잠자리 잡기에 도전했다.
 “ 기다려, 기다려야 해”
 “ 참을 수 있어야 잡을 수 있어.”
 한두 번의 실패를 경함하고서 아이들은 이 말을 이해했다. 어느 순간 아이들이 넓은 벌판에 얼음땡 모습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덕분에 몇 몇 아이들은 하늘을 나는 된장잠자리 챕질에 성공을 했다. 아이들을 반겨준 된장잠자리들이 정말 고마웠다.

 

 

 캠프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몇몇 아이들은 잠자리를 보는 눈을 달았다. 아직 눈을 달지 못한 아이들도 이번 경험이 생물을 보는 작은 눈을 만드는데 작은 씨앗이 분명 될 것이다.

 

 


봉화 마을은 생태 문명을 꿈꾸는 곳이다.

 

 중국의 주석 시진핑은 ‘생태문명’을 이야기했다. 지속한 사회의 기본적 철학과 방향을 요약한 말이다. 봉화 마을의 들판, 둠벙, 단감나무밭, 화포천,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생전 꿈꾸었던 생태 문명의 흔적이다. 

 

 

  봉하 마을은 노무현 대통령이 꿈꾸던 한국 사회의 생태 문명의 씨앗이다. 그분은 그렇게 우리 시대보다 늘 반 발자국 앞서갔고, 먼 곳을 보고 계신 분이었다.

 


 

  그분은 없다. 하지만 그분이 꿈꾸던 그 꿈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 꿈의 흔적들은 더 강한 힘을 얻고 있고 누군가의 가슴에서 가슴으로 이어지고 있다. 술을 즐기지 못하는 나지만 선물 받은 봉하 마을 막걸리를 한잔 먹고 깊은 잠을 잤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살아남아 그 꿈들이 열매를 맺고 다시 씨앗이 되어 먼 세상으로 가는 모습을 꼭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