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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희망이 흐르는 교육/쿵쿵쿵 교육이야기

우리 교육은 아이를 자연으로 보낸 적이 없다.

우리 교육은 아이를 자연으로 보낸 적이 없다.



 이들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잘 보존된 계곡을 걸었다. 계곡을 걷고 휴양림에서 잠자리채와 채집통을 들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거제초등학교 4학년 현장체험학습 프로그램이다.


리 가을 소풍은

 '자연 계곡을 걷기와 잠자리 채집망과 자연물로 놀기'  


  나무들이 계곡을 덮고 있어 하늘은 닫혀있다. 어떤 곳은 긴 나무숲 터널이다. 바닥은 작은 자갈로 평평하지만 몇몇 곳에는 여울이 있다. 바닥이 암반 질이고 미끄럽다. 조금 높은 바위 지대도 지나야 한다. 중심을 못 잡으면 다칠 수 있다. 계곡물이 흐르지 않는 옆길은 적당히 햇살이 들어 뱀들이 쉬기 좋은 곳이다. 잘못 길을 선택하면 더 위험한 길이다.




맘부터 준비해야 몸이 준비한다.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전부터 아이들이 맘을 준비시켜야 한다. 2주 전부터 계곡 이야기를 아이들과 했다. 고맙게도 옆 반 동학년 선생님께서 모든 활동을 믿고 지원해 주었다. 그 분도 쉬운 결정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김병만이가 가는 밀림 같은 곳이야. 할 수 있겠어?”
 “뱀도 있어요?”
 “뱀 있는 곳에 가는데 뱀이 당연히 있지”
 몇몇 여학생들은 뱀이 야기에 주눅이 들었다. 대신 몇몇 여학생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맘이 준비되고 나서 아이들에게 준비물을 목록을 알림장으로 보냈다. 그래야만 아이들도 단단하게 준비할 수 있다.



‘자연 눈치 보기’ 자연에 들어간 인간의 첫 번째 예의다.


 경험이 용기를 주기도 하지만 가끔은 두려움을 없애주기보다 더 큰 걱정을 선물해 준다. 아이들과 이 계곡을 걷기까지 몇 번이나 물었다. 내 맘 준비다. ‘아이들이 미끄러지거나 다치면 어떡하지?’ ‘장난기 많고 전혀 경험이 없는 30명의 학생인데 가능할까?’ 첫 번째 사전 답사를 왔을 때 누룩뱀과 쇠살모사를 만났다. 뱀과 우거진 숲이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곳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새로운 영역에 왔기 때문에 자연법칙을 따르라’라는 말이다.


자연은 인간의 영토가 아니다.



자연 속에서는 자연 눈치를 봐라.

이것이 자연 법칙이다.

 

  인간의 영역이 아닌 곳에서 인간이 지켜야 자연법칙이 있다. 이것을 난 ‘자연의 눈치 보기’라고 말한다. 바닥이 평평하지 않다. 풀과 가시가 나뭇가지가 곳곳에 돌출되어 있다. 그래서 자연의 눈치를 보면서 천천히 걸어야 한다. 한 발자국을 옮길 때 바닥을 보고 내디뎌야 한다. 두리 번 거리면서 최대한 자기 감각을 열고 집중해야 한다. 자연에서 눈치를 본다는 것은 자연과의 몰입과 일체감을 찾는 첫 번째 행동이다.



자연에서 눈치를 본다는 것은 자연과의 몰입 일체감을 찾는 첫번째 행동이다.



지켜야 할 약속은 구체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일요일 2차 답사를 하고 나서 아이들과 계곡을 걷기로 했다. 아침 출발전에 교실에 모여 최종 안전 교육을 했다.


뛰어다니지 않기
 발아래를 보고 걷자
 뱀을 만나면 ‘뱀이다’라고 외치고 2걸음 뒤로 물러서기
 넘어져도 울지 않기

 

 안전 교육을 하면서 전체적인 일정들과 아이들의 준비상태를 점검했다. 준비가 되지 않거나 원하지 않은 아이들은 남았다.




우리들에는 잃어버린 능력이 있다.


 

자연탐구 지능을 아시나요?


  하버드 대학 하워드 가드너는 1983년에 다중지능이론을 발표했다. 인간의 잠재력을 포괄하는 개념을 7가지로 정의했다. 언어지능, 논리 수리지능, 공간지능, 신체 운동지능, 음악 지능, 대인관계 지능, 자기 이해지능 7가지로 정의했다. 그 후에 자연탐구지능을 여덟 번째 지능으로 추가했다.


  


  이것은 아이들 발달에서 자연적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하는 중요한 지표다. 아이들에게 곱셈의 연산 능력처럼 개발하고 발달시켜 주어야 할 '자연탐구 지능'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무시하고 잃어버린 능력이다. 자연체험 교육은 유일하게 인간 발달에서 자연탐구지능을 개발하고 발달시키는 기회다.



자연이 위대한 이유는 모든 아이를 주인공으로 만든다.


 나뭇가지들이 뒤엉켜 하늘을 가린 계곡을 걸었다. 햇살이 잘 들지 않는 계곡은 아이들에게 밀림 같다. 오늘은 특별한 경험을 나누는 날이다. 계곡에 들기 전에 아이들과 교과를 힘차게 불렀다. 용기를 북돋우고 싶은 맘과 계곡의 동물들에게 오늘 아이들이 왔다는 사실을 미리 알리는 신호다.


 계곡 입구에서 2줄이 자연스럽게 한 줄이 되었다. 앞 친구를 따라 걷지만 모든 결정을 스스로 해야 한다. 앞 돌을 넘을 것인가? 밟을 것인가? 바위 위로 오를 것인가? 돌아가 갈 것인가? 발목과 물음에 물이 차오른 것을 느끼며 아이들이 온몸으로 자연 속에서 자기와 마주했다. 몇몇 아이들은 미끄러졌다. 하지만 금방 일어났다. 처음 우리들 약속대로 울지 않았다. 누구도 자기를 동정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인간 감각 더듬이가 만든 짜릿함 ‘에버랜드보다 더 재미있어요.’


 계곡에 초입을 벗어나자 아이들이 집중하기 시작했다. 집중의 시작은 아이들 스스로가 약간의 ‘위험’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웃음기가 사라졌다. 발바닥의 감각과 주변의 사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감각이 열리고 있다는 모습들이 보였다.


 자연 속에서 인간은 모든 능력이 다 동원하여 자기 몸을 조절한다. 스스로 힘을 조절하고 발을 디뎌야 한다. 바위를 뛰어넘고 나뭇가지를 만나며 몸을 숙여야 한다. 자연 속에서는 아이들은 자기의 안전을 위해서 자기 몸을 조절하고 자기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린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 스스로 특별한 경험을 했다. ‘짜릿함’ 아이들 몸의 감각기관이 열렸을 때 자기 생존을 위해서 몸과 맘이 자연을 파 확인하기 위해서 긴 더듬이를 내민다. 그 더듬이마다 느껴지는 묘한 촉감, 그것이 아이들을 짜릿하게 만든다.
 “선생님 또 와요?”
 “에버랜드보다 재미있어요”
 아이들 스스로가 열린 감각으로 자연을 즐겼다.



안전에 대한 두려움을 아이를 큰 공기 튜브 속에 가두고 있다.


   생존은 모든 생물들의 본능이다. 생존을 위협하는 불안전은 두려운 대상이고 경계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능력은 다양한 생존 조건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이다. 위험과 위태로움을 멀리한다고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다. 안전교육은 위험과 위태로움 속에서 자기의 생존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다. 우리의 안전교육은 가끔 위험과 위태로움을 멀리함으로써 안전을 확보하려고 한다. 안전사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학교 교실 문밖을 나서지 못하고 학교 교문을 넘는 것을 두려워한다. 아이들에게 큰 공기 튜브를 씌어서 넘어지고 부딪혀도 상처나지 않는 세상을 꿈꾼다. 튜뷰 안에서 아이는 행복할까? 산소 호흡기에 의지한 생명체와 같다.

 


아이들에게 큰 공기 튜브를 씌어서 

넘어지고 부딪혀도 

안전한 세상을 꿈꾸는 당신




견학은 직접경험을 빙자한 간접 경험일 수 있다.


 안전에 대한 공포는 학교 현장을 이상하게 만들었다. 과학관, 박물관, 공원, 축제현장, 체험시설과 기관으로 안전하게 다녀오는 게 목적이 되었다. 체험 장소가 안전하기 때문에 가장 큰 안전의 공포는 현장까지 가는 교통편이다. 덕분에 차량안전이 강화되었다. 이것이 기성세대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안전대책이다.


위험 요소가 없는 체험이 직접 체험일까?


 우리가 가져야 할 두려움은 체험활동에서 나타날 수 있는 위험요소다. 체험활동에서 위험요소가 없다면 이것은 체험이 아니다. 직접적인 체험을 늘 위험 요소를 품고 있다. 직접 경험이 강렬한 이유다. 우리가 직접체험이라고 하는 견학과 체험은 직접경험을 빙자한 간접경험일 수 있다. 마치 책 속에 잘 그려진 삽화를 보는 정도의 경험이라면 이것은 직접 경험이 아니다. 학생들이 현장 학습 속에서 책 속의 그림책을 보듯 행동하고 느꼈다면 더 큰 문제다.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성장한다.


 노자산에서 고마운 분들이 아이들을 반겨 주었다. 전경준 구점순 숲 해설사님이 아이들을 반겨주셨다. 초피나무를 이용한 천연 방향제 만들기, 참나무 5형제 이야기, 도토리거위벌레 이야기로 자연에 호기심을 전염시켰다. 늘 이렇게 빚만 지고 살고 있다.



  계곡을 타고 나온 아이들이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순간 계곡이 조용해졌다. 계곡을 타면서 놀았던 긴장감과 배고픔이 멋진 반찬이 되었다. 점심을 먹고 아이들과 숲속 놀이를 할까 궁리를 했는데 아이들이 잠자리채와 채집통을 들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5월에 한 번 놀아본 경험이다. 스스로 무엇을 할 때 지켜봐 주는 게 가장 잘하는 일이다. 모든 것들을 아이들에게 맡기고 한 걸음 물러나 지켜보았다. 개구리를 잡았다는 이야기, 나비와 잠자리를 잡은 아이들 목소리가 노자산에 폭죽처럼 터졌다가 꺼지기를 반복했다.



호기심은 전염된다.


 아이들과 최근에 사마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계곡 첫걸음에서 참사 마귀를 한 마리 잡았는데 아이들이 애사 마귀 탐사 활동에 따라나섰다. 뱀이 나올 수 있어서 아이들에게 단단히 약속을 받고 길을 나섰다. 아이들의 호기심에 답하기 위해서일까? 나무에서 애사 마귀가 빼꼼 고개를 내밀다 숨었다.
 “ 다 컸어요?”
 아이의 첫마디다. 애사 마귀는 작다. 손톱만 하다. 다 큰 놈이다. 아이들이 이제 사마귀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 냈다. 다음 단계로 단계의 활동으로 진행할까 망설이고 있다.



우린 한 번도 아이들을 자연으로 보낸 적이 없다.


 자연에 보낸다는 것은 아이들 스스로가 자기 결정을 주는 일이다. 자기 감각을 통해서 스스로 판단하고 자기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우리 교육이 언제 이런 경험을 아이들에게 선물했는가? 과학관 견학, 문화 체험, 놀이 시설 견학도 중요하다. 


  우리 교육 현실 속에서  자연 속에서 경험은 결핍 수준이 아니다. 우리 교육에서는 이 활동이 없다.  '없다'는 점이 계곡을 걸으면서 나를 화나게 만들었다.  자연탐구 지능도 인간이 개발해야 할 능력이다. 이 능력이 위험으로부터 아이들 안전을 보전하고 지키는  능력이다. 기성세대가 미래 세대에게 선물해야 할 가장 강력한 안전판인데 우리 교육에는 이것이 없다.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