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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으로 향한 숨구멍

교육은 네모난 작은 상자의 수업이 아니다.

일본환경연수단이 던진 질문들 1

수업과 교육 활동에 대한 생각

 

Since 1999 흔하기에 소중한 생물들의 친구 하늘강이야기

 

 사람들이 묻는다. “아직도 아이들과 활동하세요?” 피할 수 없는 질문이다.  하늘강 활동은 1999년부터 시작되었다.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방향은 같다.

 

 학교 현장에서 교사가 아이들과 하는 교육 활동은 ‘잠시 업무로서, 혹은 자기의 필요에 의해’하는 것처럼 말하는 경우가 있다. 이 생각 속에는  ‘교사는 수업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숨어 있다.  하지만 이 생각을 잘못 악용하면 교사는 수업만 하면 되는 사람이 된다.

 

교육은 포괄적 개념이다.

 

  교육은 포괄적 활동이다. 단위 수업이 교육 활동의 전체일 수 없다. 교육이란 수업이라는 개념보다는 교사가 아이들과 하는 교육활동이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  ‘수업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교사들을 사회에서, 학교 밖에서, 교실 밖에서, 빠르게 교실 안으로 몰아넣었다. 덕분에 우리는 교육활동이라는 말 대신에 수업 사례라는 말이 더 많이 접한다. 그리고 수업에 대한 관심이 교육 전체에 대한 관심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고 있다.

 

 ‘하늘강 이야기’는 교사가 아이들과 하는 활동이 훌륭한 수업이고, 교육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려는 노력이다. 하늘강 활동은 단위 수업 시간에 분절적이지 않으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궁리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수업에 접목되었다가 증발되는 교육 이론과 철학들


 20여 년의 교육 경험을 뒤 돌아보면 학교 현장에서 많은 이론이 접목되었다가 사라졌다. 교육 이론들이 시대의 필요에 따라 학교 현장과 결합되는 일은 바람직한 일이다. 아쉬운 점은 너무나 짧게 현장을 강력하게 지배했다가 수증기처럼 증발해 버렸다.

 

 증발된 이유는 분명하다. 이론에 열광했던 사람들이 현실과 부딪치고 맞서가 모두 떠났기 때문이다. 이론의 문제가 아니라 이론을 실천하는 실천가가 사라졌기 때문에 이론들은 증발했다. 현장에서 하나의 신념을 실천하고 버티면서 현실을 변화 시킨다는 것은 어렵고 힘든 일이다.

 

현장에서  운동가들이 사라지고 있다.

 

 증발된 이유가 꼭 개인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활동가들과 운동가들을 지켜 주지 못한 우리 잘못도 크다. 교사가 존경하고 사회와 소통하며 교육을 대변할 수 있는 전문가, 우리 교사들은 이 전문가들을 갈망했다. 사라지고 증발된 현장 운동가들 때문에 우리는 우리들이 존경할 만한 전문가들을 갖지 못했다.

 

 

교육을 네모난 작은 상자의 수업으로 생각하는 착각


 최근에 머릿속에 강력하게 남아 있는 말은 ‘교육과정의 재구성, 수업혁신, 교수학습평가 일체화’라는 말이다. 모두가 훌륭한 개념이고 교육현실을 변화시킬 힘이 있는 단어다. 이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약간의 조바심이 난다. 혹시 교육이라는 포괄적 교육 활동을 아주 작은 네모상자인 수업으로 가두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수업은 교육 활동 전체를 대변하지 못한다.

 

 얼마 전 조금 진보적 교사 모임 게시판에 교사들에게 방과 후 활동과 함께 현장체험학습도 교사가 하지 말아야 할 업무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 일부이겠지만 학교 현장에서 교육 활동을 수업이라는 이름으로 보기 좋은 작은 네모상자에 가두려는 시도는 시작되었다.

 

 

교사가 하는 교육활동을 존중하는 것이 혁신이다

 

 교육은 삶의 가치와 신념들이 전달되는 과정이다. 교사들이 가진 가치와 철학의 다양성이 교육의 건전성이고 민주성이다. 교사는 이것을 수업으로 실천하다. 교사가 자기의 신념을 실천하려고 하는 교육활동은 교사가 가진 프로그램이고 학문적 용어로 교육과정이다. 최근에 관심을 두고 있는 교사가 만들어가는 교사 수준의 교육과정, 학급단위의 교육과정의 다른 모습이다. 이것이 교사의 전문성, 교사의 경쟁력이다.

 

교사가 실천하는 교육 활동이 현실을 변화시키는 힘이다.

 

 

 학교 현실을 변화시키려고 한다면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네모상자의 단위수업만큼 교사가 하는 교육활동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다. 교사가 아이들과 함께하는 교육활동은 흙처럼 만질 때마다 새로운 모양으로 변하는 창조성이 있다. 또한 현실에 저항하면서 만든 작은 정답퍼즐이다.

 

 교사의 교육활동이 존중되어야 하는 이유는 이 열정이 현실을 변화 시키는 힘이기 때문이다. 교사의 신념이 담긴 교육활동 없이 교육과정의 재구성도 수업 혁신도 기대할 수 없다. 현실을 변화 시키는 힘과 현실을 도전하는 힘, 이것은 교사의 신념이 투영된 교육활동에서 시작된다. 

 

 상자에 갇힌 교육은 수업의 질을 개선 할 수 있는 방법이지, 교육 실천가를 생산하지 못한다. 교실 수업 중심 학교 개혁에서 더 중요하게 다루어야 하는 부분은 교사의 교육활동 부분이다. 교실 수업 개선이 교육 개혁의 전체라고 믿는것은 위험할 수 있다.

 

 

하늘강의 방문한 4번째 외국 손님

 

 일본 환경교육 학자들이 하늘강의 교육활동을 보기 위해 연수를 왔다.  환경연수팀을 이끌고 오시는 분이 일본학습원 대학 스와 테츠(일본환경교육학 회장, 학습원대학)이다. 연수에 참여하는 그룹은 일본학습원 대학 교수들과 교육과정 영역 연구자들, 대학원생, 학부생 모두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다. 학자들이 보고 싶은 것은 단위 수업이 아니라 하늘강이 해온 교육 활동 모습이다. 만일 단위 수업을 보기를 원했다면 수석교사를 찾아갔을 것이다.

 

작은 시골 학료를 찾아 올 용기, 이것이 일본의 힘이다.

 

 우리들 인식으로는 전문학자 그룹이 작은 학교의 동아리를 찾아온다는 것이 쉽게 이해가 안 간다. 분명 쉽게 이해는 안 가지만 정말 진심으로 부럽다. 얼마 전 국내 학자들이 국가 지원금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유령국제 학회를 다녀와 많은  공분을 샀다. 이런 국내의 학자들과는 분명히 다른, 우리가 원하는 학자 다운 모습이다. 시골 작은 학교를 찾아올 용기, 이 작은 용기가 일본의 지혜로움이고 강함이다.


 

  하늘강을 방문하는 일본 학자들을 위해 연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연수 내용들은 그동안 하늘강이 해 왔던 교육 활동이다. 단위 수업이 아니다.

 

  하늘강 활동들은 국내외 학자들과 전문가 집단, 언론과 방송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아 왔다. 하늘강 활동은 체험 생태 환경교육 영역에서 좋은 모범 사례다. 이번 일본 연수팀의 목적도 한국의 생태환경교육 영역의 모습들을 직접 경험하는 데 있다.

 

 

 

하늘강은 더 넓고 깊은 세상을 꿈꾼다.


 20여 년간의 하늘강 이야기는 현실 벽과 부딪치는 일이었다.  그 덕분에 다른 사람보다 몇 배로 더 많이 움직였다. 사람들의 고정된 눈 때문에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조금 더 큰 용기가 필요했다.  벽과 마주한 시간 동안 그 벽에 하늘강은 작은 실금 정도를 냈다. 이번 일본 환경 전문가들의 방문으로 세상벽은 또 하나 작은 금이 갔다. 


하늘강은 증발되지 않고 현실에 살아 남았다.

 하늘강 이야기는 세상과 맞닿아있다.  변화를 꿈꾸었고 작은 변화도 있었다. 이번 일본 환경수단의 방문은 작은 변화에 대한 답이다.  하늘강 이야기가 증발되지 않고 살아남은 흔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