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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기에 소중한 생물들의 친구/물고기와 인연 만들기

누가 하천 생물들 죽음을 댓가로 이익을 보고 있는 것일까?

소동천에서 마지막 잡은 것은 눈물이었다.

 

  1999년 봄, 거제도 바닷가 옆 작은 일운초등학교에 첫 발령을 받았다. 산청이 고향인 산골 촌놈에게 바닷가 풍경은 이국적 이였지만 학교 옆 마을 소동천은 친숙했다. 고향집은 다섯 걸음 앞에 있었던 작은 개울처럼 느껴졌다. 바닷가 아이들 또한 물고기를 잡는 재미와 즐거움, 꿈틀꿈틀 손을 빠져 나가는 물고기를 보면 좋아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이것이 16년째 이어져 온 나의 거제도 민물고기 모니터링의 시작이었다.

 

 

 

<2003년 일운면 송동천과 품경>

 

 

 

<2002년 소동천에 민물고기 모니터링 활동을 하는 하늘강>

 

 

 <2003년에 소동천에 민물고기 모니터링을 하는 하늘강>

 

 

 

<2004년에 소동천에서 민물고기를 모니터링 하는 하늘강>

 

  냉이꽃이 논두렁에 고개를 내밀고 하늘빛 개불알풀이 봄바람에 고개를 흔드는 3월에 사백어라는 고기를 소동천에서 처음 만났다. 동네 사람들은 병아리라고 불렀다. 사백어, 산골촌놈에게는 표현하지 못할 정도의 신비로움을 안겼다. ‘핑핑물소리를 내면서 무엇인가 움직였지만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이 발로 물 가장 자리로 몰아서 잡는 방법이었다. 가장자리 돌들을 천천히 관찰하다가 투명한 미꾸라지 새끼를 닮은 물고기 하나를 발견했다. 그 이후로 투명물고기라는 별명을 붙여주었고 아이들에게 그렇게 가르쳤다. 현장에서 다양한 생태강의를 해오고 있지만 이것이 생태강의의 첫시작이였다.

 

 

 

<사백어, 거제에서는 병아리라고 부른다>

 

 

<소동천 가장자리에서 사백어를 잡는 하늘강>

 

 

  햇살이 가을 햇살로 익기 시작할 쯤 소동천에는 특별한 물고기가 우리들을 반겼다. 민물고기의 귀족 은어. 봄에 산란을 위하여 바다에서 민물로 거슬러 올라와 소동천 중류역 여울에 서식지를 마련하고 살을 찌우다가 8월말과 9월쯤 소동천 개울가 옆 자갈에 산란을 했다. 소동천 은어는 나에게 생명의 신비로움과 두려움을 가르쳐준 물고기이다. 물 가장자리 자갈에 알을 붙이기 위해 온 몸을 자갈에 부비고 산란을 한 후 죽은 은어를 만났기 때문이다. 많은 물고기 사진을 찍었지만 난 늘 물고기 강의를 할 때마다 이 사진을 학생들에게 보여 준다. 그리고 힘주어 말한다. 생명의 순수함과 두려움, 그리고 그것을 지켜주어야 하는 사람의 의무와 도리, 책임이 있다고 강조해 오고 있다.

 

 

<소동천에서 잡은 은어 2003년>

 

 

<소동천에서 잡은 은어, 크기가 약 20CM가 될 정도로 크다. 그 만큼 소동천의 생태계가 좋다는 증거이다>

 

 

 

 

< 산란을 하고 죽은 은어 모습, 몸의 상처는 알을 자갈에 붙이기 위해서 몸을 부비기 때문에 생긴 상처다>

 

 

 

  학생들과 물고기를 잡으면서 소동천 민물고기 분포상은 정리되었다. 7과에 17, 이것이 거제도 담수어류 분포의 첫 시발탄이였다. 기수지역의 특성을 반영하듯 밀어와 꾹저구가 소동천 하류역부터 상류역까지 분포하고 상류역에는 버들치와 자가사리가 서식했다. 중간에 여울과 보가 있어 물의 흐름이 약한 곳에는 돌고기도 있었다. 바닷물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곳에서는 갈겨니 수컷들이 화려한 혼인색으로 암컷들을 유혹하는 모습을 만나기도 했다. 2002년에는 소동천에서 만나지 말아야 할 물고기도 만났다. 외래종 큰입베스. 도서지역에서 큰입베스가 서식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린 곳이 바로 소동천이다. 이 사건은 뉴스에 보도되어져 많은 관심을 받았다. 누군가에 의해서 외래어종 큰베스가 인위적으로 옮겨지고 있다는 사실과 큰베스로 인하여 거제도 고유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 사건이기 때문이다.

 

 

<소동천에 잡은 미끈망둑>

 

<소동천의 버들치>

 

 

<소동천의 검정망둑>

 

 

 

 

<소동천의 왕종개>

 

 

 

<소동천의 갈겨니>

 

 

 

<2003년 소동천에 잡힌 큰입베스, 도서 지역 베스 서식을 알린 최초의 자료 였고, 사람드에 의해서 베스들이 이식되고 있다는 증거다>

 

 

거제도 베스 서식 오마인 뉴스 보도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095432

 

 

경남도민일보 뉴스 보도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74788

 

 

 

  세월의 변화 속에 소동천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하류에는 해양박물관이 들어서고 계속적인 매립으로 인하여 하류의 본래 모습은 사라져 갔다. 하류역은 무의미한 하천 평탄화 작업으로 건천화되었다. 물이 흐르는 자리에 달뿌리풀 군락과 고마리풀 등이 점령하여 육지화 되었다. 상류에는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고 소동천 인근에는 대명리조트도 생겼다. 이러한 변화들이 두려웠지만 중류은 나름대로 보존되어진 자연형 하천으로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 공간에서 아이들과 물고기를 잡고 물놀이도 했다. 십여년 동안 쌓이 추억이 소동천 보 하나 바위하나하나에 새겨져 있다.

 

  20147월 여름, 아이들과 물고기를 잡으러 소동천으로 갔다가 끔찍한 모습을 발견했다. 하천 원래 모습은 사라지고 하천 바닥을 긁어내어 바닥을 깊게 파고 개울을 넓히고 하천옹벽을 만드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마지막 남아 있었던 소동천 개울 마지막 구간이 이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절망과 분노 때문에 한동안 그 공사 현장을 떠나지 못했다.

 

 

 

<소동천 중류역에서 민물고기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아이들. 2003년>

 

 

 <아이들이 활동 했던 공간이 하천 정비 사업으로 파괴도어졌다. 2014년 8울>

 

 

 

  누구를 위한 공사일까? 물이 흐르는 하천은 수천만 년 이어진 물 흐름이 만들어 놓은 신의 창조품이다. 땅으로 물이 스며드는 상식을 유일하게 거슬러 물이 지표면을 흐르는 것이 개울이고 천이고 강인 것이다. 수천만 년 동안 물방울이 땅으로 스며들면서 미세한 흙 공간을 메우고 메운 결과이다.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쉽게 만들어 지지도 않고 아무 곳에나 만들어지지도 않는다. 그것이 강이고 천이고 개울이다.

 

 

 

 

<소동천 하류역의 모습, 2003년>

 

 

 

 

 

<소동천 중류역 모습>

 

 

  하천정비 사업이나 하천 개선사업이라는 이름으로 포크레인이 강바닥을 긁어내는 순간 수천만 년 동안 만들어진 개울과 강의 메카니즘은 파괴되고 만다. 이것은 강에게는 사형선고이다. 지표수들은 흙속으로 스며들고 개울은 달뿌리 풀이나 수생 식물, 육상식물이 자라는 공간으로 변화가 시작된다.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해마다 풀을 베어 내는 일이다. 그러면 그럴수록 더 많이 더 깊이 식물들은 뿌리를 내리고 자리를 잡는다. 면도를 하면 더 깊이 진하게 우리 몸에 자라는 수염들과 같다.

 

 

<소동천에서 민물고기 활동을 했던 소동천 모습 2003년>

 

 

  <2014년 소동천 모습>

 

주위를 둘러보면 개울과 천을 가득 채운 식물군락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 공간들은 인간이 개울과 천을 죽임으로서 만들어진 개울과 강의 공동묘지이다. 인간이 만든 개울의 공동묘지 안에는 수많은 물고기들의 죽음도 함께 있다. 수천만 년 동안 생태 변화를 이기면서 살아 왔지만 인간의 무자비한 포크레인 앞에서는 도리가 없다. 물고기 뿐일까? 수많은 수서 곤충들, 무엇이 있었고, 왜 있었으며 어떻게 살아 왔는지 조차 밝혀내지 못한 수많은 생물들이 한 순간에 사라지고 만들어진 공동묘지이다.

  

 <하천평탄화 작업 이후 개울을 점령한 달뿌리 풀 군락들>

 

<하천정비 공사중인 소동천 모습. 2014년. 8월>

 

  개울과 강을 그렇게 죽임으로서 과연 누가 이익을 얻는 것일까? 개울물 고인 보에서 손녀와 물놀이를 했던 할아버지, 고둥을 잡으면서 한 끼 저녁 국거리를 준비했던 할머니, 고향을 찾아와서 그 때 친구들과 물놀이를 했던 그 바위와 여울을 보면서 그리움으로 가득 채울 오빠와 누나, 그들에게 이 공사는 어떤 이익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일까?

 

 

  역사의 두려움은 누군가는 사실을 기록하고, 그것은 언젠가 준엄한 역사의 심판을 받는다는 것에 있다. 소동천에서 사라진 수많은 생물들과 더 이상 알을 낳기 위해서 물길을 오르지 못하는 은어들이 하고 싶은 말은 분명하다. ‘하천 평탄화 정비 사업과 소하천 정비 사업은 개발이 아니라 파괴이다. 건설이 아니라 살상이다. 발전이 아니라 개발 이익을 추구하는 발광일 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강바닥을 긁어내고 개울에 콘크리트를 들이붓고 있는 그들이 역사의 심판 앞에서 할 말과 변명이 궁금해진다.

 

 

 

 

2003년 소동천을 건너는 아이들

 

 

 

 

이 글은 거제통영 오늘 신문에 제공된 글입니다. 2014년 8월http://www.geojeoneul.com/news/articleView.html?idxno=16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