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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기에 소중한 생물들의 친구/양서류와 인연만들기

둠벙에서의 93분 관찰 일기 - 참개구리의 사랑과 전쟁

둠벙에서의 93분 관찰 일기 - 참개구리의 사랑과 전쟁

   

 

투정부리는 아이가 울음을 그치듯 봄비가 '' 그쳤다. 월요일부터 철 이른 여름 햇살들이 땅에 떨어지고 있다. 봄이 이렇게 떠나갈 준비를 하는 모양이다. 봄 햇살이 맘이 급하다. 초여름 햇살을 맞으며 아이들과 함께 할 '마을 둘러보기 활동'을 위하여 학교 뒷길로 사전 조사를 갔다.

 

 

 

 

논은 봄비를 맞고 춤을 추고 있다. 깊게 갈아 놓은 논 고랑마다 물을 머금었다. 논 고랑 흙은 논의 힘 줄이고 논이 입는 주름치마다. 주름진 논 치마 사에 물들을 한껏 품고 있습니다. 못자리 논에는 흙 뜨물이 곱다. 부드럽고 따뜻한 것만이 미래를 위한 씨앗을 품을 수 있다.

 

 

 

 

논두렁에는 둑새풀 씨앗들이 익고 있다. 쇠별꽃도 짙어진 초록빛에 주눅이 들고 말았다. 논두렁은 초록빛으로 논을 더 강하고 감싸 안았다. 논 두렁 사이 고랑에서 곱게 놓은 참개구리 알덩이 들이 있다. 봄 햇살과 봄 비가 참개구리들에게 신혼방을 선물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들이다. 논둑을 따라 올라가는데 "크으룩 크으룩' 멀리서 요란한 참개구리 울음 소리다. '어디서 들리는 것일까?' 소리를 따라서 다가 갔다. 둠벙이다.

 

 

 

 

참개구리 알들이 군데 군데 보인다. 북방산개구리가 차지했던 웅덩이들을 이제 참개구리가 차지하고 있다. 같은 공간을 시간 차이를 두고 이용하고 있다. 경쟁을 피하고 함께 살아가려는 자연 생태계의 기본 생존 규칙이다.

 

 

 

 

 

15m 앞에 둠벙이 보인다. 참개구리들이 둠벙에서 울고 있다. 그냥 작은 둠벙처럼 보이지만 깊이가 3m는 족히 되는 아주 깊은 둠벙이다. 다행스럽게도 105마이크로 렌즈를 가지고 왔다. 대충 멀리서 보아도 4-5마리 참개구리들이 보인다. 군데 군데 위치를 바꾸어가면서 사진을 찍었다.

 

우와 , 확대를 해보니 15마리 정도의 참개구리가 '크으럭 크으럭' 울고 있다. 참개구리들이 둠벙에 모여서 짝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전쟁을 하고 있는 중이다. 개구리들에게서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지독한 사랑'이라는 말보다 더 '치명적 사랑'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 일부 암컷은 짝짓기를 하는 과정에서 죽는 경우도 있다.

 

찍고 확대해 보았다. 짝짓기(포접)에 성공한 개구리가 3쌍 보인다. 가운데 포접에 성공한 4, 주변에 아직 짝을 찾지 못한 참개구리들이 포접한 참개구리들과 다른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서 실패한 수컷들이다.

 

 

 

사진 오른쪽 위쪽에 짝짓기에 성공한 참개구리 2쌍이 보인다. 아래 쪽에 보이는 개구리들은 모두 수컷이다. 흰색으로 몸에 검정색 무늬가 뚜렷하게 보이는 게 암컷이다. 개구리도 대부분 암컷이 수컷 보다 크다.

 

 

사진을 담기 위해서 더 가까이 가야한다. 더 가까이 가려고 발을 옮기는데 개구리들이 놀라 둠벙 아래로 숨어 버렸다.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가 버드나무 아래 햇살이 들고 있는 논두렁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이제 부터는 기다림이다. 바람과 햇살이 안방 이불 아래 온기처럼 포근하다.

 

기다림의 규칙은 단순하다. 있으나 없는 존재가 되는 것, 이것이 관찰자가 지켜야 할 유일한 규칙이다. 기다리면서 단 하나 자유로운 것이 있다. 눈이다. 눈을 끊임 없이 돌리 가면서 둠벙 구석구석을 관찰했다.

 

역시, 둠벙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 온 것은 인간의 흔적이다. 비료 푸대와 페트병이 둠벙물에서 바람 따라 놀고 있다. 학교 윗쪽에는 깊이가 3m 되는 둠벙이 9개나 있다. 어떻게 저렇게 깊게 팠을까? 섬이라는 특수성과 쌀 농사에 대한 집념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자리를 잡은지 10분 정도 지났다. 둠벙 앉은 자리 아래에 무당개구리가 짝짓기를 하고 물 위로 올라왔다. 밤에 '우우우'하고 우는데 처음 양서류를 공부할 때 그 소리가 맹꽁이 소리가 아닐까하고 착각을 했다. 무당개구리도 참개구리와 비슷한 시기에 알을 낳는다. 얼마 전 아이들과 논 바닥에 많은 무당개구리 알들을 발견했다. 개구리 마다 산란을 위한 껴안기 행동(포접)을 하는데 개구리 마다 껴안는 모습이 다르다. 무당개구리는 암컷의 아래 배쪽을 잡는 특징이 있다.

 

 

자리를 잡은지 13분정도 지났다. 참개구리 수컷 한 마리가 둠벙위로 개구를 내밀었다. 수컷이다. 노란 빛이 도는 초록색, 봄철 전형적인 수컷의 모습이다. 잘 생기고 건강해 보이는데 왜 작을 못 만났을까? 물위에 떠 있는 모습이 당당해 보인다.

 

 

 

15분 정도가 지났다. 수컷 한 마리가 둠벙 왼쪽편에서 솟아올랐다. 안정된 자세로 참개구리들이 포접을 하고 있었던 장소를 바라보고 있다. 애인을 빼앗긴 것일까? 떠나간 사랑에 미련이 남은 모양이다.

 

 

 

 

수컷 한마리가 떠올랐다. 역시 짝을 찾지 못한 녀석이다. 먼저 둠벙에서 자리를 잡고 암컷을 기다라고 있을 생각으로 떠올랐을 것이다. 역시 짝을 찾고 기다리기 위해서 먼저 떠 오른 모양이다. 둠벙 위에 수컷 3마리가 나와서 진을 치고 있다. 암컷이 나타날까?

 

32분이 넘자 포접한 상태로 한 쌍의 참개구리가 떠올랐다. 암컷의 앞다리를 꽉 지고 있는 수컷의 눈에는 행복감과 함께 묘한 흥분도 느껴진다. 아래에 있는 것이 암컷이다. 암컷의 눈빛에 온기가 있다. 짝이 맘에 쏙 들은 모양이다.

 

 

4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때, 혼자 나와서 둠벙을 지키고 있는 수컷 앞에 짝짓기(포접)에 성공한 참개구리 2쌍이 고개를 내밀었다. 암컷을 차지한 것을 자랑하고 싶었기 때문일까? 마치 외제차에 여친을 태우고 다니면서 뽐내고 자랑하는 인간의 심리와 닮았다.

 

 

 

선택한 암컷에 대한 만족감 때문일까? 포접에 성공한 2쌍의 개구리는 전혀 서로를 경계하지 않는다. 아직 짝을 찾지 못한 참개구리 수컷이 부러운 맘으로 2쌍의 참개구리를 바라고 보고 있다. 분위가 묘하다.

 

 

 

 

얼마나 속이 탈까? 홀로 되어서 남들이 하는 사랑을 지켜본 사람들은 안다. 지켜보는 수컷의 맘도 모르고 한쌍의 참개구리가 더 가장자리로 다가 왔다. 포접에 성공한 참개구리들이 쌍쌍파티라도 할 모양이다.

 

 

 

50분 정도 지나자 참개구리들이 '크으륵 크으륵 '하고 울기 시작했다. 한 마리가 울더니 소리가 점점 커졌다. 나를 의식하지 하지 않는 것인지, 아마도 없다고 생각한 탓인지 여러 마리가 동시에 울었다. 개구리 울음소리는 암컷에서 수컷이 자기의 존재와 능력을 알리는 중요한 수단이다.

 

눈동자를 빠르게 굴리면서 울고 있는 개구리를 관찰했다. 웃음이 나온다. 울고 있는 개구리는 짝짓기에 성공한 수컷들이다. 짝을 찾지 못한 참개구리가 크게 울면서 암컷들에게 자지 존재를 알릴 것 같은데 정 반대다. 더 많은 암컷들을 차지하기 위한 욕심의 표현일까? 사랑을 쟁취한 수컷의 환호성일까?

   

양쪽의 울음 주머니가 풍선처럼 솟아 올랐다.

'크으륵 크으륵'

'컥으럭 컥으억'

왼쪽에 있던 참개리도 같이 운다. 수컷이다.

 

 

이 수컷은 존재 감이 아예 없다. 하염없이 짝짓기에 성공한 쌍을 바라면서 있다.

'울어봐"

'혹시 아니, 사랑은 변하는 것이야"

완벽한 좌절 모드의 수컷이다.

 

모든 살아 있는 생물들은 생존과 함께 경쟁이라는 운명을 같이 짊어지고 살아간다. 작은 웅덩이에서 짝을 찾기 위한 치열한 경쟁의 성자와 패자의 모습을 보면서 냉정한 자연의 모습을 보았다.

 

60여분이 지났다. 둠벙 가장자리에 짝짓기(포접)한 참개구리 4쌍이 모였다. ' 왜 한 곳에 모여 있는 것일까? 이 둠벙은 깊이가 3m 정도 되는 깊은 둠벙이다. 물의 가장자리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어서 옹기 종기 모인 모양이다. 관찰을 하면서 변화가 있을 때 마다 사진을 찍었다.

 

 

그러데 앞 쪽에 있던 참개리 한쌍이 물 속으로 잠수를 해서 둠벙 밖으로 보고 있는 참개구리 쪽으로 움직인다. 물의 가장 자리고 이동을 하려고 하는 모양이다. 3쌍이 삼각형의 꼭지점에 위치하고 있는데 그 사이에서 떠 올랐다가 덤벙 제일 가장자리 쪽으로 이동을 했다.

 

처음에 눈을 의심했다. 하얀색이 개구리 항문에서 나왔다. '설마 알을 낳은 것일까?'  맞다. 알을 낳고 있다. 개구리를 공부하면서 한 번도 알을 낳은 모습을 본적이 없다. 숨일 죽이고 계속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숨을 죽이고 사진을 확대해 보니 알덩이다. 갑자기 사진기의 성능과 렌즈가 원망스러웠다. 언제 또 이렇게 개구리가 알 낳은 모습을 관찰 할 수 있단 말인가

 

 

개구리는 체외 수정을 하는 데 물속에 잠수해서 알을 놓고 있었다. 1분정도 이 상태로 있었다. 알을 다 놓고는 쑥 물 속으로 사라졌다. 양서류를 공부하고 나서 알 낳은 모습이 처음이다. 흥분에 가슴이 뛰었다. 105 마크로 렌즈에 어떻게 담겼을지 궁금했다.

 

 

 

더 가까이서 보고 싶은 맘에 움직이자 ''하고 작은 돌이 둠벙으로 굴러 들어갔다. 놀란 3쌍의 참개구리들이 둠벙 아래로 사라졌다. 한쌍의 참개구리와 이것을 지켜 보고 있었던 수컷 참개구리만이 움직이지 않았다. 포접하고 있던 참개구리가 사라진 곳을 보니 작은 알덩이 들이 1-2개 더 있었다.

 

 

 

안 되겠다. 궁금한 맘에 자리를 정리하고 알을 낳은 쪽으로 가 보았다. 알을 놓은 곳에 가서야 왜 개구리들이 이곳은 모여 있었는지 알았다. 모여 있는 공간은 둠벙에서 작은 턱이 있어서 물이 깊지 않은 가장 자리가 만들어져 있었다. 깊은 둠벙에 알을 놓을 수는 없다. 얕은곳을 찾아 온 곳이 이곳이다.

 

 

방금 낳은 참개구리 알을 보자 입이 쩍 벌어졌다. 정말로 깨끗한 참개구리 알덩이가 있었다. 흰색과 갈색이 딱 반이다. 일반적으로 보아온 참개구리 알과는 차이가 있었다. 주변에 보니 방금 낳은 알덩이들이 2개 더 보았다.

 

 

 

 

사람들은 개구리 알이 둥근 모양이라고 생각을 한다. 생각과는 다르게 개구리 알은 처음에 덩이다. 덩이라서 물에 가라 앉아 있다. 그냥 가라 앉아 있다고 생각했는데 개구리 알들에게 이것은 하나의 생존 전략이다. 건조로부터 일정 기간 동안 알을 보호하기 위해서 물 바닥에 가라 앉아 있는 것이 훨씬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생존 전략이다. 우물질에 퍼지면서 표면에 떠오르게 되고 떠오른 알들은 개란 후라이처럼 넓게 퍼지게 된다. 이것도 알의 생존 전략이다. 햇빛을 잘 받아서 빨리 성장하기 위해서다.

 

 

  앉아서 관찰했던 자리에 돌아와 둠벙을 내려다보았다. 시계를 보니 93분이 지났다. 참개구리들은 나오지 않고 짧게 '크으륵 크으윽'하고 울고 있다. 빨리 가라는 재촉처럼 들렸다. 불청객이 떠나야만 또 다른 사랑들이 이루이지는 모양이다. 성급하게 달아 오른 봄 햇살 때문에 참개구리가 알 낳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2015년 4월21일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