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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기에 소중한 생물들의 친구/잠자리와 인연 만들기

연담저수지 바닥에는 어떤 잠자리수채가 살까?

 독한 가뭄이다. 땅 속살까지 말랐다.  사대강 녹조는 더 짙어지고 깊어지고 있다.

사대강, 삼대도 아니고 사대가 죽을 강이다. 찬성한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퇴근하자 마자  연담저수지로 갔다. 연담저수지는 거제도 동부면 산양천 중하류역에 있는 저수지다. 벼루모양으로 생겼다고 '연담'이고 부른다. 평소 물을 담아서 오리배로 물놀이를 하는 곳이다.

  

 바닥이 보인다. 그 많은 물은 어디로 갔을까? 연담 바닥 아래에 팔딱이는 저수지 숨결이 군데군데 보인다. 물웅덩이, 가뭄 속에 붙어 있는 잔인한 저수지 목숨들이다. 저수지와 강의 속살로 걸어 들어 갔다.

 

 개울 속과 저수지는 사람들 영역이 아니다. 17년 동안 거제도에 살면서 연담저수지가  뼈 속과 속살까지 들어 내기는 나의 기억으로 2번째다.  목숨줄로 가늘고 긴 물줄기가 연담으로 흘러 들고 있다. 

 

 

 짜릿하다. 강 바닥을 걷고 저수지 바닥을 걷는다는 사실이 묘한 흥분을 만들었다.

오늘은 흥분을 느끼기 위해서 온것이다. 연담에서 살아가는 잠자리 수채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 왔다.

 

 

 

 가뭄은 물 속 생물을 채집하는 사람에게는 유리한 조건이다. 물 속 곤충들이 살기 위해서 물이 고인 웅덩에 모여 있다.  뜰채로 여기 저기를 파고 흔들었다.  꿈틀꿈틀, 좀잠자리 수채들이 눈에 들어 왔다. 가시를 보아야 하는데 잠자리 수채를 안 본지 오래 되어서 잘 모르겠다.

진흙과 쌓이 나뭇잎을 파고 흔들었다. '호리측범이다' 작년에 성충을 보았는데 역시 이곳에 있다.

산잠자리 수채도 보이고, 잔산어린 수채도 보았다. 가시측범잠자리도 만났다. 모두가 소중한 물속 주인공이다.

 

 

 

 

 다음날 학교에서 와서 잡은 잠자리 수채들을 정리했다. 잔산어린수채, 산잠자리, 호리측범잠자리,가 시측범잠자리, 좀잠자리는 두점박이좀잠자리다. 밀잠자리수채, 검은물잠자리 수채, 7종의 수채를 만났다. 좀잠자리 수채들은 3학년 아이들과 잠자리 사육용으로 키울 계획이다.

 

 

 

 

독한 가뭄이다.

사람에게도 물 속에 살아가는 생물들에게 마찬가지다.

생각을 해보니 이 세상에 살아가는 생물들은 모두가 이 모든 '독함'을 이기고

지금 이곳 여기에 있다. 살아있는 것 만큼 독한 것은 없다.

 

호기심은 전염병 Since 1999 하늘강이야기  2015년 6월 23일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