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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ce 1999 하늘강이야기/지구 정복자 양서류 관찰 탐구 활동기

거제 촌놈 맹꽁이와 숨박꼭질을 하다

꽁꽁 숨음 맹꽁이와 인연를 만들다.   

 

 

 마른 장마다. 해마다 7월 하순이나 8월 초에 비를 몰고 왔던 태풍도 없다. 가뭄으로 사람들 속도 타겠지만 사람보다 더 속 타는 양서류가 있다. 맹꽁이다. 신방을 꾸려야 하는데 비가 안와서 난감하다. 장마맹꽁이는 장마철에 고인 웅덩이에서 산란을 한다. 맹꽁이가 장마비를 기다리는 이유다. 맹꽁이가 기다렸던 시원한 빗줄기는 8월 중순이 되도록 소식이 없다.

 

 

 사진 : 삼락공원 모습

 

 사진: 부산 삼락공원 안내도

 

 

7월 초에 잠깐 반가운 비가 내렸다. 충분한 비는 아니지만 맹꽁이가 기다렸던 비다. 혹시나 하는 맘으로서 낙동강 하구 삼락유원지 맹꽁이 서식지에 갔다. 작년에 산란을 했던 장소는 잔디밭을 변했다. 물 빠짐이 좋은 곳으로 변했으니 맹꽁이 산란장이 될 수 없다. 맹꽁이 올챙이를 보았던 웅덩이는 수초들이 웃자라서 접근이 불가능했다. 멀리서 맹꽁이 소리가 들렸지만 작년에 비해 개체수가 훨씬 적었다. 마른 장마에 맹꽁이도 힘들어 하고 있었다.

7월 중순경에 두 번째 삼락유원지 맹꽁이 서식지를 조사했다. 삼락유원지 독한 가뭄 속에서 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 문제는 삼락유원지가 빠른 속도로 습지의 기능을 잃고 마른 땅으로 변하고 있다. 낙동강 하구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범람원 유수지지만 하천 정비로 인하여 더 이상 강은 범람하지 않는다. 기우일까? 마른 장마로 비가 충분히 오지 않은 탓일까?

     

사진 : 삼락공원 오른쪽에 있는 낙동강 하구 모습

 

 

사진 : 삼락공원 안에 있는 맹꽁이 서식지 관련 안내판

 

83일 오전에 우포에 일이 있었다. 일이 끝나자마자 대구 달성습지로 향했다. 달성습지에서 습지 보호 운동을 하는 임성무선생님를 만나기로 했다. 낙동강이 품은 달성 습지는 어떤 모습일까? 임성무선생님과 만나기로 한 곳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 다가왔다.

혹시 민미숙 박사님...”

, 민미숙 박사님 알아요?”

임성무선생님이 민미숙박사님과 함께 나를 여기서 만나기로 했다고 생각했다. 민미숙 박사님과 반갑게 인사를 했다. 민미숙 박사님은 10여년전 양서류 공부를 시작했을 때 전화나 멜로 양서류에 대하여 문의하고 도움을 받았던 분이다. 만남은 처음이다.

 

 

 

사진 : 달성습지 안내판

 

사진 : 대구 달성습지 맹꽁이 관련 안내판

 

 인연이란 참 독하다. 민미숙박사님은 같은 시간 장소에서 영남대 석호영교수님을 만나기로 했다고 한다. 내가 석호영교수님 쪽에서 보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말을 걸어 온 것이다. ‘만날 사람은 꼭 만나야 하는 게 인생이다라고 했는데 10여전 전화로만 통화했던 분을 이렇게 만났다. 맹꽁이가 만들어 준 인연이다. 달성 습지는 내년에 고속도로 공사로 인하여 일부 구간들이 사라진다. 임성무선생님 맘이 무거운 이유다.

 

 

 달성습지 맹꽁이를 오랫 동안 모니터링 해 오신 석윤복 선생님 안내로 달성 습지를 둘러보았다. 웅덩이를 먼저 조사를 했다. 가뭄으로 인하여 웅덩이들은 바닥도 말랐다. 3곳을 둘러보았지만 역시 맹꽁이 올챙이는 관찰되지 않았다.

이렇게 평상시에 물이 고여 있는 웅덩이에는 맹꽁이 산란을 하지 않아요. 땅에서 솟아오르는 물웅덩이는 맹꽁이가 산란을 하지 않아요.” 현장을 안내 해 주신 석윤복 선생님의 말씀이다.

 

 

 

사진 : 달성습지 안 조사 모습

 

 

맹꽁이는 온도에 민감하다. 평상시 고인 웅덩이와 땅에서 물이 솟아오르는 웅덩이는 온도가 낮아서 맹꽁이가 좋아하는 산란장은 아니다. 생태계에는 절대적인 것은 없는 모양이다. 올해 경남 주남저수지에서 맹꽁이 알들이 관찰되었다. 물이 늘 고여 있는 저수지 가장자리였다. 이런 차이는 둘레 생태와 환경에 적응하면서 살기 위해서 나타나는 당연한 차이일지 모른다. 맹꽁이를 찾기 위해서 돌 아래를 살폈지만 돌 아래도 바짝 말랐다. 이곳 저곳을 살펴보았지만 역시 없다.

 

석윤복 선생님과 맹꽁이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재미 있었던 점은 맹꽁이가 생각 보다 빨리 나온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모니터링을 해 보니 춘분을 전후로 해서 맹꽁이가 땅 속에서 나온다고 한다.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맹꽁이도 산란을 위해서 장마철에 쉽게 눈에 보일 뿐이다. 겨울 잠에서 깨어나 먹이 활동을 하고 땅을 은신처로 살아가기 때문에 관찰이 어렵다. 민미숙박사팀은 석윤복선생님이 최근에 포획한 맹꽁이에서 유전자 분석을 위한 기초 작업들을 했다.

 

사진 : 석윤복선생님이 포획한 맹꽁이

 

 

사진 : 유전자분석을 위하여 시료를 확보하는 모습

 

석윤복 선생님은 달성 습지의 보물이다. 달성습지에서 오랫 동안 맹꽁이를 모니터링하며 현장을 기록하고 계신분이다. 현장에 이런 분을 만나다는 것은 깜깜한 밤에 손전등을 하나 얻은 것과 같다. 더 빨리 현장에 계신 분들이 인정받고 존경 받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84일 오전 진주 일을 끝내고 청주로 향했다. 두꺼비와 친구들 신차장님에게 문의를 해 보았다. 청주에서는 산란한 두꺼비 올챙이를 볼 수 있다고 한다. 한 달음에 달려 갔다. 두꺼비와 친구들은 언제 가더라도 생기가 있다. 신념들이 만들어낸 공간이고 신념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두꺼비와 친구들은 오래 전부터 청주권역의 맹꽁이를 모니터링을 해 왔다. 안내를 받은 곳을 도시 안 택지 개발 공터다. 처음에는 논이었는데 도시로 개발된 지역이라고 한다. 물이 졸졸졸 흘러 들고 있는 웅덩이에서 맹꽁이 올챙이를 만났다. 크기를 보니 약10일전에 산란한 맹꽁이들이다. 납작한 얼굴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사진:청주 맹꽁이가 알을 낳은 도심 속 공터

 

 

사진 : 청주에서 만난 맹꽁이 올챙이

 

수요일 비가 온다는 예보를 들었는데 화요일 밤에 땅을 두드리는 빗방울이 들었다. 내년에는 경남양서류네트워크 사람들과 맹꽁이를 보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올해 맹꽁이와 인연이 절실했던 이유다. 많은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달구어진 땅을 식이면 더 따뜻하고 포근한 웅덩이들이 만들어 지지 않을까? 마른 장마로 늦게 만든 맹꽁이 신방에 행복이 가득 채워지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사진 : 두꺼비 친구들과 함께

 

2015810일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