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에 놀란 청개구리를 만난 날
흔하기에 소중한 생물들의 친구 하늘강
점심 시간에 짬을 내서 걸었다.
논에 난 새눈들을 만났다.
가을이 가고 난 후에 논에 찾아 온 봄이다.
논은 겨울을 용납 못하는 모양이다.
논은 한 겨울 내내 저 많은 벼 그루터기를 삭히고
씹어 내야하는 겨울이 두렵다.
추수 때 깊게 난 트렉트 바퀴 자국이다.
논에 난 흉처럼 보인다.
논은 얼굴에 난 흉이겠지만
새 봄이 오면 흉에서 산개구리가 신방을 꾸미고 알을 낳는다.
내년 봄이 오기까지
흉이 난 자리에 물이 마르고 고이기를 반복한다.
그 흉이 봄을 품고
생명을 키운다.
퇴근 길에 심한 겨울비가 내렸다.
우산을 폈는데
눈 앞에서 무엇인가 '툭' 뛰었다.
개구리다.
청개구리다.
겨울잠을 자야하는데
겨울잠 자리를 아직 찾지 못한 모양이다.
아니면 겨울비를 봄비로 착각했던가
봄비의 온도와 지금 온도가 비슷하던가
몇 가지 상상을 했다.
반가운 맘에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보니 모두가 흔들렸다.
맘이 급했다는 증거다. ㅠㅠ
늘 늦은 퇴근을 한다.
학교 불빛이 아름답게 보일 때도 있는데
오늘은 겨울비 때문에 운치가 있다.
2016년 11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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