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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기에 소중한 생물들의 친구

산촌습지는 천연기념물 재두루미들의 피난처였다.

산촌습지는 천연기념물 제 203호 재두루미들의 피난처였다.

 

  찬 겨울이 창 밖에 맨 얼굴로 서 있다. 들판들이 비워지고 있지만 채워지는 공간이 있다. 습지다. 철원 평야에 재두리미가 도착했다는 소식을 2주 전에 들었다. 우포와 주남에도 겨울 철새가 날아 들고 있다는 소식들이 곳곳에서 들려 온다.

 

  거제에도 새들이 모이는 곳이 있다. 연초천 하류역에 가면 겨울을 나기 위해서 날아온 오리과의 철새들을 만날 수 있다. 또한 곳은 동부면의 산촌습지다. 산촌 습지는 거제만으로 유입되는 오수천과 산양천 사이에 형성된 습지다. 제방둑이 형성되지 않았다면 거제도가 자랑하는 하구역 습지와 갯벌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일까?. 그곳에 갈 때마다 아쉬움이 남는다.

  거제도는 섬이지만 대표적인 갯벌 습지가 없고, 18개의 준용하천이 있지만 보호되는 하구역 습지는 없다. 갯벌 습지와 강 하구역 습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관심이 없다는 게 정확한 답일지 모르겠다.

  산촌습지가 매립될 때 누군가는 찬성을 했고, 누군가는 반대를 했다. 반대와 찬성의 기준점은 늘 환경문제에서 상충하는 개발 이익과 보전 이익이다. 결국 산촌 습지는 매립이 되어졌다.. 그것이 옳았는지 바른 판단이였는 지는 나중에 밝혀졌다.

2010 산촌 습지에 대규모의 제두루미(천연기념물 제 203)들이 방문을 했다. 관찰 결과 4무리의 26마리의 대규모 집단이였다. 아주 이례적인 일이여서 생태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2010년에는 30년 만에 찾아온 혹한이라는 불릴 정도로 혹독한 겨울이였다. 한반도 내륙에는 많은 폭설로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재두루미들이 내륙의 혹한을 피해서 피난 왔다는데 동의를 했다. 너무나 신기한 일들은 어떻게 이곳을 알고 찾아 왔을까? 거제도 이곳 궁벽한 구석에 이런 작은 습지가 있다는 사실들을 재두루미들은 언제부터 알고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2012년 겨울에 또 다른 사건 하나가 발생했다. 이번에는 8마리의 재두루미와 1마리의 저어새가 산촌습지를 찾아 왔다. 이번에도 내륙의 혹한을 피해서 왔다고 사람들은 말했다.

 

재두루미의 방문을 확인하고서야 산촌습지의 매립이 얼마나 잘못된 판단이였는지 알 수 있었다. 산촌습지는 내륙 습지의 환경이 변하되거나 악화 되었을 때 재두루미가 늘 찾는 피난처로 역할들을 해왔던 것이었다. 다만 그 사실들을 무지한 인간들만 몰랐거나 알면서도 외면한 것이다.

 

이번 겨울에도 산촌 습지를 오고 가는 걸음에 방문을 할 것이다. 그리고 날아온 새들과 마주 할 것이다. 내가 그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말 보다 그들이 지지배배하며 하는 말들이 더 많을 것 같다. 아마 산촌습지의 가치를 알지 못하는 인간들에 대한 질책과 무지에 대한 핀잔들이 날아온 새들이 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

 

<이 글은 2003년 거제교육지원청 '거제의 별'원고로 제공 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