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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킬 당한 도롱뇽이 알려준 출산 비밀

 로드킬 당한 도롱뇽이 알려준 출산 비밀

 

Since 1999  하늘강이야기 호기심은 전염병 쿵쿵쿵

 

 도롱뇽은 참 어렵다. 봐도 봐도 모르겠다만나면 다양한 상상을 하면서 즐기려고 노력할 뿐이다. 다양한 상상력도 어려운 말 앞에서는 멈추고 만다. 도룡뇽을 공부하면서 만난 첫 번째 말이 서구개치열(서구개치)이라는 단어다. 도롱뇽 위 입속 천장의 치아배열을 의미한다. 자학자습하는 나에게 이 말을 이해하는데 긴 시간이 필요했다.

 

 

 

 

  문제는 서구개치열(서구개치)이 무엇인가라는 사실을 알고도 계속되었다. 서구개치열을 보기 위해서는 도롱뇽의 입 속을 봐야 하는데 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어떻게 서구개치열을 보는지 신통방통할 뿐이었다.

 

  한참 후에 서구개치열(서구개치)을 보는 방법도 알았다 살아있는 상태로는 볼 수 없다. 방법은 간단했다. 죽었거나 죽여야 한다. 죽여서 도롱뇽의 입을 안쪽까지 잘라서 봐야 보인다. 입속 치열을 보기 위해서 살아있는 도롱뇽을 죽여야 한다는 사실, 죽여서 해부칼로 입을 찢어서 벌려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보기를 포기했다.

 

 

 

  서구개치열은 도롱뇽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꼭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도롱뇽의 분류기준이기 때문이다. 이 말은 특별한 다른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도롱뇽의 경우 외부적 차이로 종을 분류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인간의 호기심이 입속의 치열을 관찰하게 만들었다.  입 속의 치열 구조를 가지고 도롱뇽을 구분하게 했다니 처음  시도한 사람의 독한 호기심이 놀라울 뿐이다최근 현장연구 결과에 의하면 서구개치열도 변이가 다양해 분류기준으로 의미가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의 양서파충류 카페에서 사진 인용

 

 도롱뇽은 의문 투성이다. 서구개치열이 도롱뇽의 분류기준이라면 둘레에서 볼 수 있는 도롱뇽 제주,도롱뇽, 고리도롱뇽은 눈으로는 구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분류기준으로 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잡아서도 입속 천장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도롱뇽과 고리도롱뇽의 유전자적 차이가 3% 내외라고 알려져 있다. 눈으로 구분이 불가능하다는 공식적 표현이다. 제주도롱뇽과 도롱뇽은 외부적으로 구분이 가능하다고 한다. 단  경험과 직관력이 긴 세월 동안 단련 된 전문가만 가능하다. 나의 짧은 결론이지만 국내 도롱뇽 3종의 구분은 아주 어렵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장 경험과 호기심이 축척된 단련된 감각이 필요하다.  사람의 직감과 감각은 어떤 정밀기계 보다 정밀하다. 나도 이러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직관과 단련된 현장 경험은 열정과 땀에 비례한다. 말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맘을 헤아리듯,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지만 현장 연구가들에게 땀이 만들어낸 특별함 '감'이라는게 있다. 특별한 능력이다.

 

'감'은 탁월한 능력이지만 한계도 있다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없다. 다 맞을 수도 없다. 직관과 경험이 가진 오류와 함정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도 정확하게 말하면 ‘....일 것 같다라는 말이 정확한 표현이다.

 

  서구개치열을 아직 보지 않았다. 입을 해부칼로 오릴 용기가 아직 없다. 도롱뇽은 먹이를 삼켜서 넘긴다. 서구개치열은 도롱뇽의 입속 이빨이지만 씹는 역할은 하지 않는다. 입속으로 넣은 먹이가 밖으로 나가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낚시 바늘의 미늘과 같은 기능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보고 싶지만 참고 있다. 

 

  아름다운 상상을 했다. 만일에 서구개치열(서구개치)이 먹이와 관련된 기능을 한다면 먹은 먹이에 적합하게 서구개치열은 진화를 해 왔을 것이다. 결국 도롱뇽의 진화와 분화는 먹이와 관련성이 있고, 먹이는 결국 서식 환경의 차이를 의미하다. 즉 도롱뇽의 분화는 먹이과 밀접한 관계 속에서 이루어졌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 왔다. 상상일 뿐이다.

 

  도롱뇽의 서구개치열을 볼 기회가 왔다. 3월 5일 모니터링을 갔다가 죽은 암컷 도롱뇽 한 마리를 발견했다. 그대로 두면 까마귀 아침밥이 된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봉지에 담아서 과학실로 가져 왔다. 궁금했던 서구개치열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관련글 http://aibogi.tistory.com/118

 

  해부 준비를 했다. 해부학적 경험도 없다. 생각을 해보니  흔한 개구리 배 속을 갈라 본 적도 없다. 언젠가는 해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해부 셋트를 사두었다. 세월 속에 잠자고 있던 해부셋트를 열어 보니 없는 게 더 많다. 해부 셋트로 사마귀 알을 해부한 게 전부다.

 

 

 

서구개치열을 보기 위해서 입쪽을 보고 절망했다. 머리가 짓눌러져 심하게 훼손되어 있었다. 입을 찢는다 해도 볼 수 없는 상태다.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가 볼록한 암컷의 배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도롱뇽은 모두 2개의 알덩이를 낳는다. 왜 알덩이를 모두 2개를 낳는지 궁금했다. 알에 대한 상상은 단순했다.

  ① 도롱뇽 뱃속에 긴 알들이 들어있을 거야

  ②  도롱뇽 뱃속에 긴 알들이 한 줄로 되어 있다가 우리가 똥을 자르듯이 어느 시점에서

       뚝 끊으면 첫 번째 도롱뇽 알덩이가 된다.

  ③ 나머지 알을 쑥 밀어 내면서 두 번째 도롱뇽 알덩이가 된다

  이게 내가 상상한 2개의 알덩이를 낳은 과정이다. 상상력이 과연 답이였을까? 상상력을 확인하기 위해서 면도칼로 배를 천천히 갈랐다.

 

 

천천히 핀으로 배를 가르고 조심스럽게 도롱뇽알을 헤집기 시작했다. 입과 연결된 쪽에서 긴 자루 모양이 나왔다. 소화기관인 모양이다. 천천히 생식기 주변을 살폈다. 잘 발달된 흰색주머니 같은 게 양쪽에 보였다. 양쪽에 알덩이가 보였다. 해부 순간들을 단계적으로 찍지는 못했지만 단계별로 사진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로드킬 당한 도롱뇽 

관련글  http://aibogi.tistory.com/118 이 글을 읽으면 도롱뇽의 인연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2. 첫음 배를 갈랐을 때 모습

  위쪽 볼락한 주머니가 소화 기관일 것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나중에 속을 보았지만 ^^

3. 속의 알주머니가 명확하게 보이기 양쪽에 각각 1개의 알 덩이가 보입니다.

4.  위쪽에 있는 소화기관, 알 주머니, 아래쪽 생기 쪽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5. 의문 하나가 생겼습니다. 생식기 옆의 흰색 주걱 모양이 무엇일까요? 산란과정에서 우물질 생성과 알의 성숙과 관련된 기관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6.  해부 과정에 터진 것들을 총 합쳐서 보는 쪽에서 왼쪽 53개 오른쪽 39개입니다. 생기와는 도롱뇽을 위에서 보았을 때 왼쪽이 생식기의 산란관쪽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7. 위쪽 소화장기일것을 추측되는 곳을 잘라 보았습니다. 우와... 지네가 나왔습니다.

 

 

도롱뇽 배를 가르고서야 궁금한 점 하나가 해결 되었다. 나의 상상은 정확하게 빗나갔다.

  ① 도롱뇽의 알덩이는 좌우 양쪽에서 만들어 지고 성숙 된다

  ② 왼쪽 알주머니와 오른쪽 알주머니는 독립된 구조다.

  ③ 해부한 도롱뇽의 경우는 오른쪽이 먼저 생식기로 연결되어져 있었다. 오른쪽이 알덩이가 더 많았다. 만일에 더 많은 해부를 한다면 알주머니의 왼쪽과 오른쪽 중 어느 쪽 알덩이가 먼저 성숙되는지 알 수 있을지 모른다.

  ④ 오른쪽 알덩이가 나오고 나면 왼쪽 알덩이가 나온다

  ⑤ 도롱뇽은 몸 속에 2개의 알덩이를 품고 있기 때문에 2개의 알을 낳은 것이다.

  ⑥ 알집을 세어 보니 오른쪽이 53개 왼쪽이 39개였다. 양쪽의 알 개수는 각각 다르다.

 

  가슴 앞 쪽 부분에 시커먼 덩이가 궁금했다. 소화 기관이라고 추측을 했다. 배 부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너무 위쪽에 있다. 칼로 배를 가르는데 무엇인가 시꺼먼 것이 나왔다. 어떤 벌레 같았다. 무엇일까? 어떤 마디 같은 것이 연결된 벌레다. 길다. 나온 물체를 길게 늘려서 이물질을 제거 하다가 깜짝 놀랬다. 지네였다. 8cm 정도 되는 지네였다. 아직 소화를 시키지 못한 깨끗한 지네다.

 

 

  도롱뇽은 민첩해 보이지도 않고 순진해 보인다. '순진하게 보이는 육식성  동물'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  작은 미소 곤충들을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롱뇽이 지네를 잡아먹었다는 사실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지네는 빠르고 민첩하다. 도롱뇽의 용맹함이 지네보다 한수 위였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지네를 먹은 도롱뇽을 보니 도롱뇽의 사냥기술이 뛰어 날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혀로 먹이를 낚아 채서 입 속으로 넣으면 곤충들은 나가기 위해서 발버둥을 칠 수 밖에 없다. 발버둥치는 곤충을 나가지 못하도록 꽉 무는 기관이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서구개치열이라는 입속의 치열인 것이다. 살아 있는 곤충들을 먹이로 삼고 있기 때문에 낚시 바늘의 ‘미같은 서구개치열이 발달한 것이다.

 

  해부가 끝나고 도롱뇽을 학교 뒤뜰 모과나무 아래에 묻었다. 어렵게 지네를 사냥하고 좋아 했을 도롱뇽의 모습에 맘이 짠했다. 지네를 소화시키고 그 힘으로 더 튼튼하고 건강한 알을 낳을 수 있는 도롱뇽이었다. 지네를 잡을 만큼 용감하고 현명한 도롱뇽이었다.  호기심으로 배를 가른 인간을 타박하고 원망했을 것 같다. 원망에 조금이라도 변명하고 싶어 글로 그 죽음을 알린다상향 지네를 먹고 로드킬 당한 도롱뇽

 

 

학교 모과 나무 아래가 도롱뇽의 마지막 안식처가 되었다. 

 

 

  2016.3.9  흔하기에 소중한 생물둘의 친구 하늘강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