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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희망이 흐르는 교육/쿵쿵쿵 교육이야기

13년 전의 약속, 그리고 10년 후의 만남(2020년 1월 1일 12시에)

 첫 제자들과 헤어질 때 13년 후 2013년 1월 1일 13시에 만나자는 약속을 했습니다,

제자들은 그 약속을 잊지 않고 왔습니다.

이 글은 제자들을 만나고 기록한 글을 블로그에 다시 옮겼습니다.

 

 

아이들이 그 날을 기억할까?

'13년 후, 2013년 1월 1일 12시에 학교 운동장에서 만나자' 아이들이 그 날의 약속을 기억할까?

만남의 시간이 다가 올 수록 불안감도 커졌다. 정말로 올까?

설렘과 불안감을 안고 학교에 도착 했을 때, 13년 전의 제자들이 환하게 웃고 기다리고 있었다. 

 

 

 < 운장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제자들 모습>

 

26살에 첫 발령을 받고, 일운면의 작은 어촌 마을의 학교에 발령을 받았다.

 한 반이 23명 정도의 아담한 5학년 2반 담임이 되었다. 그 때 5학년이 1반 담임 선생님이 박재희 선생님이였다. 박재희 선생님은 앞뒤 가리지 못하고, 열정만 끓어오르는 나를 2년 능숙한 대장장가 쇠를 다루듯이 나를 보호해 주고 사랑해 주었다. 감사할 뿐이다.

 

<첫 발령지에서 동학년을 하면서 나를 안고 큰 방패가 되어 주시고 지도 해 주신  존경하는 박재희 선생님과 함께>

 

13년 전의 나의 모습을 아이들은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우연처럼 13년 전의 약속은 내가 26살에 만났는데, 아이들이 26살이 되는 새해 첫날 1월 1일 1시에 이루어졌다.

약속을 정할 때는 남자 아이들이 군대를 갔다 오고, 대학교 졸업하고 아이들이 사회 생활을 할쯤이 이때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아이들과 함께 잡은 만남이 13년 후의 만남이었다.

‘아이들에게 내가 너희 나이 때 너희들을 만났다’라고 말하니까 아이들이 눈이 토끼 눈이 되었다.  아이들이 얼마나 취업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반증하는 표정들이였다.

 

 

 

 

 

 <아이들기 가져 온 초등학교 때 사진들>

 

박재희 선생님을 모시고 학교 운동장에 도착하니 서림이가 웃는 얼굴로 반겨주었다.

재미있는 말을 많이 했던 요한이와, 장난끼 많고 귀여운 주현이도,지연이,서림이,지혜,면희,

수지,소화,남경이의 웃는 모습이 13년과 똑 같다.

 

 

<성년이 된 제자들>

 

 

1월 1일 너무 춥다.

지민(지애),지현이, 덕영이, 30년 만에 찾아온  혹한의 추위 속에 있었지만,

13년간 기다림의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지, 참을 만 했다.

희원이와 미연이가 도착하고, 민호가 담을 넘어 왔다. 태우가 마지막으로 왔다.

정희를 끝으로 중국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늦게 한솔이와 수영(현옥)이가 왔다.

나중에 인식이와 연성이가 남자 중에서는 합류했다. 군대간 대식이와 종윤이도 맘은 이곳에 왔을 것이다. 또한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하는 친구들 또한 오늘 이 약속을 기억했다면, 아니면 나중에라도 듣게 된다면 맘은 한결 같을 것이다.

 

<아이들이 가져온 추억의 사진들>

 

13년 전에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중국집 음식 이였는데, 13년 후에도 중국집에 왔다. 아이들이 샘들의 호주머니 사정을 맞추었는지, 자기들 호주머니 사정에 맞추었는지 알 수 없지만, 옛날 풍사패 아이들과 풍물 공연을 하고 중국집에서 먹는 짜짱면 먹던 모습이 생각났다. 음식메뉴는 짬뽕, 자장면, 탕수육, 13년 전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중국집에서의 만찬ㅎㅎ>

 

음식을 먹으면서 타입캡슐에 넣을 글을 적었다. 모여서 타입캡슐을 개봉해야하는데 묻어둔 캡슐 자리에 체육관이  들어서면서 우리들의 타인캡슐도 함께 사라졌다. 만일 이날 타인 캡슐을 열었다면 아이들은 얼마나 좋아 했을까? 미안하다.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했는데 우리가 개봉하지 못한 타임캡슐 안에는 아이들 글, 아이들 시험지, 꿈. 미래 모습 등이 담겨져 있었는데.

아쉽기만 하다. 이런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 서림이가 준비한 종이에 무엇인가를 적었다.

아이들은 무슨 말을 적을까?

 

아이들과 7년 후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그날 개봉을 위해서 타인캡슐을 다시 묻었다.

이 캡슐이 개봉 되는 날 아이들은 어떤 모습일까? 그날은 대부분 누군가의 지어미와 지아비로 살아가고 있을 텐데, 오늘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아들 딸들에게 오늘을 이야기 해 줄 수 있을까?

 

< 유치원 뒷편에 묻었던 꿈단지가 강당공사로 사라졌다. 그래서 10년 후 개봉할 타임캡슐을 다시 묻었다. 묻고 난 후 단체 사진.ㅎㅎㅎ>

 

 

타인캡슐을 묻고 학교 의자에 앉아서 수지가 내린 커피를 마셨다. 수지는 ‘더 삼촌’이라는 작은 커피 공장을 경영하는 사장이다. 제자가 직접 내린 커피이기 때문일까? 향이 좋고  맛이 달다.

따뜻한 커피 한잔을 나누어 마시면서 한 겨울의 추위와 마주 했지만, 맘 속은 오뉴월의 햇살처럼 따뜻했다.

 

 <더 삼촌, 제자 수지(사장님)이 직접 내린 커피를 마지막에 마셨다. 010- 6289-9327. www.thesamchon.com>

 

아이들에게 참 많은 사랑을 받았다. 아이들이 나에게 준 사랑과 관심이 교사로서의 자존심을 만들어 주었고, 오늘날 나의 모습이 되었다. 교직생활을 시작한지 만 13년이 되었고, 조금은 나태하고, 형식주의와 현실의 안일함에 빠져 들고 있었는데, 아이들의 만남이 나를 교직 생활을 처음 시작한 그 위치로 가져다 놓았다.

‘1000명의 아이들을 만나고 그 아이들의 기억 속에서 1년의 살아, 1000년의 살다 가겠다.’

내가 가진 교육의 목표가 아니었던가? 아이들에게 고맙고, 감사 할 뿐이다.

이런 감사와, 고마움은 영광스럽게도 교사들만 느끼는 감정이기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이해 할지 모르겠다. 2020년 1월 1일 1시에 다시 만나자. 그 때도 지금의 감정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새로운 십년을 다시 계획하고 시작해야겠다.  참 좋다.

 

 

2013년 1월 1일 1시, 13년 전의 약속 만남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