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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기에 소중한 생물들의 친구/양서류와 인연만들기

꼭 껴안은 설렘을 알려준 두꺼비를 만난 날

꼭 껴안은 설렘을 알려준 두꺼비를 만난 날

 

  <사진 수컷을 등에 태우고 있는 암컷 모습>

 

  자고 난 후에 얼굴에 생긴 뽀드락지처럼 꽃샘추위가 돋아났다. 덕분에 옷걸이 주렁주렁 걸려 있는 겨울옷에 눈이 한번 더 간다. 학교 오는 길에 주변 논가를 보았다. 물이 고인 웅덩이가 새 하얗게 얼어붙었다. 독한 꽃샘추위다. 주말의 화창한 봄기운에 신방을 차린 북방산개구리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알 수야 없겠지만 속았다, 왠 날벼락이야라는 부정적인 생각으로 꽃샘추위를 맞이하지 않을 것 같다. 산개구리들에게는 긴 세월 동안 자연에 순응하면서 살아온 지혜가 있기 때문이다.

 

 

 

 

 

<사진 꽃샘 추위로 얼어 붙은 논 웅덩이>

 

 

  봄비는 산개구리들을 유혹하는 페르몬이다. 촉촉한 비가 오고 물이 고이기를 기다린다. 생존본능 다음으로 지구상의 생명체를 지배하는 종족 번식 본능이 봄비를 맞고서 발동한다. 2월 중순부터 내린 봄비에 성질 급한 개구리들은 먼저 나와 짝지기를 했다. 이 때 놓은 알들은 이제 손톱만큼 자라서 제법 올챙이 모습을 갖추고 있다. 3월초에 놓은 알들은 물을 머금고 물 표면에 달걀후라이처럼 퍼져 있다. 그 속을 자세히 보면 까만 올챙이들이 꼼지락 되거나 우물질을 탈출한 올챙이들이 새까맣게 논 가장자리에 모여 있다.

 

 

 

<사진 물표면에 퍼진 북방산개구리 알>

 

 

  꽃샘 추위는 올챙이들에게는 넘어야 하는 산이다. 갑자기 독한 꽃샘추위가 오면 물이 얕은 곳에 놓은 알들은 얼어 붙어 동해를 입는다. 봄 추위와 건조, 이것은 논 주변에 알을 낳은 산개구리들에게는 자연이 준 시련이지만 개구리들은 시련 속에서 더 현명하게 진화 되었다. 조금 일찍 나온 개구리는 산란 환경이 좋은 공간을 먼저 차지하고 암컷을 기다리는 여유가 있다. 늦게 나온 개구리는 냉해와 건조에 대한 두려움은 조금 작아 졌을지 모르지만 맘에 드는 산란장은 일찍 알을 낳은 개구리들의 차지가 되어 있다. 새로운 산란장을 찾아 헤매거나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더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종족 번식 본능 해결하기 위한 꽃샘추위와 건조라는 조건들을 지혜롭게 이겨내면서 산개구리들은 늘 봄 맞이을 해 왔다.

 

 

  ‘까만 봄 눈개구리 알을 보고 붙인 이름이다. 이 알들 꿈틀 될 때 마다 봄은 돋아나고 깊어진다. 36일 경칩 날, 두꺼비알과 개구리 알을 보기 위해서 아이들과 교문을 폴짝 뛰어 넘었다. 작년에는 2월 마지막 주에 학교 주변 저수지에서 두꺼비 알을 보았다. 올해는 남부지방에 비교적 적은 양의 비와 추운 날씨 때문인지 산란이 조금 늦어지고 있다. 저수지 가장자리에서 구름처럼 피어난 북방산개구리 알 덩이를 발견했다. 알들이 마치 포도송이처럼 부풀어 올랐고 한곳에 집중적으로 산란 해 마치 만화책 속 뭉게구름을 닮았다. 알을 발견한 아이들은 신이 나서 소낙비에 빗물 흘러가듯이 말들을 쏟아냈다.

 

 

 

<사진 물 속에서 뭉게 구름을 닮은 북방산개구리 알집 모습>

 

  조심스럽게 저수지 안쪽으로 가자 두꺼비 알 덩이가 보였다. 두꺼비 알덩이 모습을 긴 스타킹 속에 들어 있는 검정색 탁구공이라고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처음 보는 두꺼비 알을 보고 아이들은 저게 알이요.’라며 묻고 묻는다. 개구리 알에 익숙해져 있는 아이들에게 길게 놓은 두꺼비알은 낯설고 이상하게 보였을 것이다. 아이들이 소리를 질렀지만 속으로 이제 두꺼비 알을 찾을 수 없다라며 더큰 소리를 질렀다. 올해도 아이들에게 두꺼비 알을 보여 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조만간 봄비가 더 내리면 몇 마리가 더 산란을 할 것 같다.

 

  

    <사진, 아이들과 두렁두렁 논두렁 탐사대 두꺼비알 탐사 활동 모습>

 

 

 

  <사진 북방산개구리 알을 관찰하고 있는 아이들 모습>

 

 

 

 

<사진 아이들과 함께 발견한 두꺼비알집 모습>

 

 

  38, 화창한 봄날, 아이들과 거제 공고지라는 곳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계룡산 자락에 있는 작은 저수지에 두꺼비 모니터링을 했다. 산이 있고 물이 고인 공간은 두꺼비의 산란장이다. 경남의 경우는 산 계곡을 막아 물을 가두고 있는데 이것을 소류지라 한다. 산과 인접한 소류지들은 대부분 두꺼비들의 산란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거제도 계룡사 앞 저수지 둘레를 관찰하는데 수초 아래서 무엇인가 둔하게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두꺼비다. 산란을 위해서 내려온 두꺼비다. 작은 손 뜰채를 들고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확인을 했다. 잡고 보니 수컷이 암컷의 등위에 타고 있다. 암컷은 붉은 색으로 치장도 했다. 수컷을 등에 태웠지만 눈빛에는 출산에 대한 흥분과 행복함이 번지고 있다. 짓궂은 사람 손길에는 수컷은 암컷을 꼭 껴안고 놓지 않았다.

 

 

 

   

<사진, 짝짓기를 하고 있는 두꺼비 한 쌍 모습>

 

 

 

<사진 수컷을 등에 태우고 물 속으로 도망가는 두꺼비 모습>

 

 

  사랑 하는 모습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똑 같다. 소리와 치장으로 유혹을 하고 유혹에 답하며 서로를 확인하다. 서로를 위해 그리고 사랑을 위해 더 가까이 다가간다. 암컷 등에 오른 수컷 두꺼비도 우리들처럼 설렘과 두려움을 안고 사랑을 시작했고 성공 직전에 와 있다. 서로를 껴안은 두꺼비 얼굴에는 두려움이 없어 보인다. 불거진 자갈처럼 돋아난 피부이지만 광택이 흐르고 건강한 아름다움이 넘친다. 꼭 껴안은 두꺼비를 보니 처음 꼭 껴안았을 때의 설렘이 돋아난다. 참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감정과 감각들이다. 무엇 때문에 잊고 살았을까? 꼭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 감정들이고 감각들인데, 두꺼비를 보고 잊고 지난 감각들과 추억을 되새김질 할 수 있게 되었다. 다음에 오면 스타킹 속에 까만 탁구공들을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이 글은 국립습지센터 블로그에 제공된 글입니다. 2015.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