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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기에 소중한 생물들의 친구/양서류와 인연만들기

참개구리 겨울잠을 깨운 당신 미워요!

미안해. 겨울잠을 깨웠구나!

 

<사진 텃밭에서 겨울잠을 자고 있던 참개구리, 2014.11.15, 거제시 상동동>

  

  소금에 절인 배추 잎처럼 늘어진 초겨울 햇살 아래서 산오름 걷기 활동을 했다. 앵산은 울긋 블긋 화장한 얼굴로 아이들을 반겼다. 산 초입에서 올 초에 걸어둔 현수막을 보았다. ‘두꺼비가 알을 낳은 행복한 저수지 모니터링’, 저수지 주변에서 함께한 일들이 머릿속에 지나간다. 덕분에 세상을 향한 이야기가 더 많아 졌다.

<사진: 앵산을 오르는 아이들>

 

<사진: 학교앞 저수지에 3월에 설치한 두꺼비 모니터링 현수막>

 

  저수지의 두꺼비올챙이들이 두꺼비가 되어서 무사히 산으로 오르기를 바랬는데 아이들 바램처럼 되었을까? 궁금하다. 아이들이 보고 있는 저 산 아래 낙엽이 쌓인 곳, 지나가고 있는 작은 바위틈 아래, 두꺼비가 겨울잠을 자고 있을지 모른다.

  겨울잠 자는 두꺼비를 만난 적은 없다. 연구 자료에 따르면 돌 틈 공간, 낙엽층 아래, 흙 속, 바위 아래 빈 공간에서 동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사실로 미루어 볼 때 두꺼비는 산의 4부 능선 아래서 겨울잠 잠자리를 마련 할 것으로 추측된다. 산의 낙엽 퇴적층이 형성되어진 공이기 때문이다.

  11월에 겨울잠을 자고 있던 참개구리를 만났다. 어머니께서 아파트 앞 공터에 20평 남짓 작은 텃밭, 이곳을 난 이복선 농장이라고 부른다. 늦은 고구가 수확을 위하여 동생가족과 큰형님가족이 이복선 농장에 모여서 고구마를 캤다.

두꺼비다.”

두꺼비라구요. 어디요

큰 형수님 소리에 놀라 조카들이 모여 들었다. 나도 놀라서 보니 일곱 살 된 서준이 손에 주먹 만한 참개구가 있다. 큰 참개구리 모습을 보고 두꺼비라고 말한 것이다. 같은 고랑에서 다른 참개구리가 겨울잠을 자다가 깨는 수모를 당했다. 겨울잠을 잤던 고구마 두둑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두둑의 높이를 살펴보니 한 뼘 정도의 높이 약 20cm 아래에서 겨울잠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사진 : 고구마 두둑에서 발견된 참개구리 2014.11.15.> 

  

  <사진 : 일곱 살 아이 손에 잡힌 참개구리,크기가 아이주먹 정도 된다>

 

<사진 : 학교 텃밭에서 발견되었을 때 참개구리 모습, 2014.4.11>

 

 올 초 4월 달에는 늦은 겨울잠을 자는 참개구리 한 마리가 수난을 당했다. 학교 텃밭에서 화분용 흙은 담기 위하여 흙을 파는데 흙속에서 참개구리 발견되었다. 참개구리에게는 잔인한 추억이 되었지만 아이들은 겨울잠 자는 참개구리를 만나서 신이 났다.

 

< 이복선 여사가 운영하는 복선이 농장 모습, 2014.11.15.>

2번 겨울잠 자는 참개구리를 만나면서 겨울 개구리잠자리에 대한 몇 가지 생각들이 명확해졌다. 참개구리는 주변 겨울잠을 흙 속에서 잔다. 논을 중심으로 형성된 논 옆의 논 두렁과 주변 초지의 흙 속, 산 아래 형성된 흙 두둑이 참개구리가 좋아하는 겨울 잠자리다. 논과 습지를 중심으로 서식하는 금개구리, 청개구리, 무당개구리도 흙속에서 겨울잠을 자고 있다. 계속 관심을 가지고 추적하고 있다.

뚜벅뚜벅 산을 오르는 아이들 모습이 다리가 짧은 두꺼비 모습 같다. 아이들이 내년에 앵산 산오름 축제를 하는지 묻는다. 맘만 분주할 뿐 꼭 하겠다는 답을 미루고 있다. 산을 내려와 책상 위에서 앵산 산오름 축제 때 6학년 지환이가 쓴 시를 읽었다.

관심이란 뭘 까요? / 우리와 같은 인생을 살아가는 두꺼비/ 우리가 힘들게 살아가듯이 두꺼비도 힘들게 살아간다./ 그것을 알아주는 사람은 몇몇 사람들/ 관심을 가져다주는 몇몇 사람이 당신이면 좋겠어요.

 

<앵산 산오름 축제 때 아이들이 만든 두꺼비 응원글>

<앵산 산오름 축제 때 아이들이 만든 두꺼비 응원글>

 

맞다. 난 양서류에 관심을 가진 몇 안 되는 사람이다. 돈 없고 함께 할 사람도 적지만 멈출 이유는 되지 않는다. 아이들이 있다. 아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고 행복 해 했다. 관심은 전염병이다. 내가 전염시킨 병에 내가 책임져야 겠다. 힘들지만 웃으며 산을 오른 아이들을 보면서 새 봄날 맞이할 산오름 축제에 대한 답을 얻었다. 한다. 겨울잠을 자고 내려온 두꺼비와 다시 산으로 오를 두꺼비들을 위한 작은 잔치를 준비해야겠다. 잘 자라.

 

 

<사진: 앵산산오름 축제를 운영했던 하늘강 5기 아이들>

2014년 11월 국립습지센터 습지 블로그 게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