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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기에 소중한 생물들의 친구/잠자리와 인연 만들기

거제도 잠자리와 인연 만들기

거제도 잠자리와 새로운 인연을 만들다.

 

  학교 밖 창문에는 꼬들꼬들해진 햇살을 즐기는 된장잠자리 날개짓이 분주하다. 바람을 타고 넘은 잠자리 날개짓을 보면서 조용필의 고추잠자리라는 노래를 들었다.

 

어디로 가는 걸까

외로움 젖은 마음으로

하늘을 보면

흰구름만 흘러가고

나는 어지러워

어지럼 뱅뱅

날아가는 고추잠자리

아마 나는 아직은

어린가봐 그런가봐

 

  198011일 조용필 3집에 담긴 고추잠자리라는 노래의 가사 일부다. 초등학교 입학 할 때 나온 노래이지만 가사와 멜로디는 친숙하다. 현재의 멜로디와 음악이 주는 감흥과 감각은 요즘 노래에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 나에게도 고추잠자리는 특별하다. 10년 전 칠천도 둠벙에서 붉은 고추잠자리를 발견하면서 잠자리와의 인연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저렇게 붉은 잠자리가 이름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하면서 거제도산 잠자리 연구와 모니터링은 시작되었다.

 

  거제도 논가의 저수지, 거제도 산 속의 둠벙, 농로, 거제도 산 속의 소류지, 거제도의 계곡과 냇가. 거제도의 잠자리를 만나기 위해서 다녔던 곳들이다.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열심히 했는지 그 때의 열정을 마주한 자료를 볼 때 마다 나 또한 놀란다. 그렇게 해서 거제도 잠자리목에 대한 최초의 조사 결과와 보고서가 만들어졌다. 과거의 문헌 기록 자료들을 검토하고 현장 조사를 통하여 956종이 거제도의 하늘을 날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전 환경부 자연생태 조사 거제도 곤충분포상에 포함된 724종이 잠자리에 비하면 많은 차이가 나는 연구 결과였다. 622종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거제도 잠자리 연구에 대한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진 것이다.

 

 

<잠자리 채집 활동 중인 하늘강 5>

 

  계곡으로 모니터링을 나갔다. 그곳에서 거제도 잠자리와 새로운 인연이 만들어졌다. 호리측범잡자리를 만난 것이다. 호리측범잠자리는 계곡에 서식하는 잠자리로 잠자리를 연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매우 진귀한 잠자리로 통한다. 도감 자료를 살펴보니 2005년에 서울 잠원동, 선유도공원 2006년에 발견한 기록이 있다. 호리측범잠자리를 거제도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반가움과 놀라움은 더 컸다.

 

<호리측범잠자리>

 

  계곡 주변을 영역 비행하는 잔산잠자리도 만났다. 계곡을 따라서 영역비행을 하면서 오르내리는 잔산잠자리의 영롱한 초록빛 겹눈은 외계 비행점시를 연상하게 된다. 잔산잠자리는 산잠자리와 외부적 모습이 비슷한데 계곡을 중심으로 살아간다. 외부적 형태가 거의 비슷한 종이 서식지를 달리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종간 경쟁의 최소화하기 위한 하나의 경쟁 회비의 원리이라고 한다. 경쟁을 최소화 하고 공존하려는 노력들은 모든 생명체들에게 주어진 의무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잔산잠자리>

 

 2016년이면 거제도 잠자리목 분포상이 연구 결과가 발표된 지 10년이 된다. 2016년에 거제도 잠자리목 분포 상을 정리하기 위해서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준비를 해 볼 생각이다. 호리측범잠자리를 만나고 내가 한 첫 번째 생각이다. 호리측범잠자리는 그것을 말해 주려고 나와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싶었는지 모른다. 10년이란 세월 동안 내가 만났던 잠자리들은 어떤 인연으로 남아 있었을까? 궁금하다. 참 좋은 인연들이 새로 만들어지면 좋겠다.

 

  <거제교육지원청 '거제의별'원고 제공한 글입니다. 2014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