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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희망이 흐르는 교육/쿵쿵쿵 교육이야기

하늘강이야기란 무엇일까?

호기심은 전염병  하늘강이야

 

Since 1999 흔하기에 소중한 생물들의 친구

 


 

 

Since 1999 하늘강 

 

만남은 가슴을 쿵쿵쿵 뛰게 한다. 두근거림 때문에 만남이 가끔은 두렵다. 실천교사모임에서 선생님들을 만난다는 것은 약간의 다른 두근거림이다. 다양한 강의 속에서 선생님들을 만나왔다. 선생님들과 만남이 특별한 것도 아닌데 두근거림이 남달랐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말을 해 왔는데 이야기꺼리도 쉽게 정하지 못했다. 옛날 글, 원고, 강의용 자료도 도움이 안 된다. 

 


  이렇게 저렇게 궁리하다가 신규선생님들 강의 원고에서 반시를 발견했다. 반 아이들을 위해서 지은 자작시다. 아이들과 처음 만나면 이 시를 읽어 준다. ‘큰강아지똥의 노래’다. 큰강아지똥의 노래/세상에서 가장 큰 강아지똥이 될 거야/큰강아지똥이 도와 줄게/사랑하면 변하니까/사랑하면 강해지니까.  큰강아지똥의 노래를 읽고 나니 생각이 분명해 졌다. ‘사랑하는 것’을 함께 나누기로 했다. 

 

자연 속에서 아이들을 관광객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환경운동 하시나요?”  내가 종종 받는 질문 중의 하나다. ‘아니요.’라고 답을 한다. 상황에 따라서 꼭 질문에 답을 원하는 분들이 있다. 웃으며  “생태환경교육 운동가입니다.”라고 답한다.
  ‘생태환경교육운동가’라는 말이 맞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표현한 단어다. 선생님들 앞에서 ‘한국식 환경교육의 모델을 만들고 싶어요. 교육과정과 결합된 학교 내에서의 생태환경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적용하고 있어요. 체험활동과 교실 수업은 다른 구조가 아닐까요?‘ 늘 선생님들께 던진 질문이다. 


   환경교육은 초등학교에서 중요한 교육 요소이다. 범교과 영역에서 다루고 있지만 우리의 삶과 가치를 이해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환경교육은 그 행복의 범위를 나와 나의 가족에서 나와 둘레의 생물들까지 확장해 나가는 과정이다. 더불어 살아가기, 생명의 가치와 배려는 우리 교육의 목표와 별반 다르지 않다.  


  발령 받고 현장에서 바라본 환경체험 교육에 난 만족할 수 없었다. 비판적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첫째, 학습자와 장소적 특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즉흥적인 프로그램이나 이벤트성 프로그램, 떠돌이식의 기행프로그램의 성격이 강하다. 지속적이고 체계적이지 못하며 단편적이다.

 

  둘째, 이러한 형식의 체험 활동은 자연에 대한 감상적인 욕구를 충족시킬 수는 있다. 학생들이 생활하는 생활공간인 지역생태계와 지역적인 환경문제를 피상적으로 또는 감상적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환경을 감상과 욕구 충족의 대상으로 치부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아이들을 이벤트에 참여하는 관객이나 떠돌이 관광객으로 만들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찾아가는 환경교육이 아니라 주변에서 시작하여 학교와 지역, 지역생태계와 사람과의 관계를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 생각을 구체화한 것이 ‘하늘강’이다.


오래된 것은 낡은 것이 아니라 성숙된 것이다.


  “아직도 아이들과 활동 하세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이 질문을 받을 때면 당황스럽다. 교사가 아이들과 활동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교사가 아이들과 함께하는 일은 누군가 시켜서 해야 하는 일, 잠깐 젊은 혈기로 하다가 그만 두어야 하는 일, 교사의 필요에 의해서 아이들을 지도하고 필요가 없으면 안 해도 되는 일들로 이야기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 때문은 아니겠지만 다양한 능력을 가진 선생님들이 긴 세월 동안 한 가지 신념을 실천하고 다듬어 가는 분들을 보기 힘들다. 교사만의 잘못은 아니다. 해마다 변하는 정책들과 변화무쌍한 교육과정 속에서 독한 마음을 품었다 할지라도 현장의 모진 바람을 이겨 내기란 쉽지 않다. 오래 된 것은 창의와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천박하게 대우 받았다. 


 ‘아직도 아이들과 밖에서 활동 하세요’. 맞다. 나는 아직도 그대로다. 제자들이 커서 군대 가고 장가도 가고 아이를 낳은 엄가가 되었지만 ‘하늘강 이야기’를 쓰고 있다.  하늘강에서 진행하고 있는 모니터링 활동과 생태 사육활동을 동영상으로 보여 드리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래된 것들을 어떻게 보았을까? ‘성숙’ 아니면 ‘낡은 것’, 어떻게 보였는지 궁금하다.


꽃만 알고 꽃 이름은 모르는 나를 발견하다.


  1999년 발령 받은 첫해 봄, 이 질문을 받았다. “선생님 이것 이름 뭐예요?” 손 끝에 수 없이 보아온 꽃이 있었지만 답을 하지 못했다.  답을 하지 못하고 몹시 맘이 불편했다. ‘난 왜 한번도 저 꽃이름을 궁금해하지 않았을까? 왜 저 꽃 이름을 알려고 하지 않았을까?’  ‘개망초’, 도감을 보고 나서야  꽃 이름을 알았다.  우리 들판에 가장 흔하게 보이는 꽃이다. 


   흔한 꽃 이름도 모르고 교사가 되었을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교사가 되기까지 선생님도 교수님도 과학책도 위대한 교육과정도 둘레의 꽃과 나무 생물들에 대해 나에게 가르쳐 주지 않았다.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꽃 이름은 몰라도 꽃의 보편적 개념인 암술과 수술 갖춘꽃과 안갖춘꽃에 대한 지식만 있으면 되었다. 꽃 이름 몰라도 꽃을 아는 사람, 물고기는 알아도 물고기 이름은 모르는 사람,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선생님들은 이런 자기 모습을 발견한 선생님들이다.


 호기심의 끝에 아이를 올려 놓기


  둘레에 대한 관심만으로 의미있는 체험학습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교문 밖을 나서는 순간 아이들은 변했다. 교실에서처럼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들, 공부하는 친구들과 함께하려는 친구들, 전혀 공부에 관심이 없고 행복한 아이들, 최소한 세부류 이상으로 자연스럽게 나누어진다. 아이들에게 끝임없이 집중을 요구하거나 무엇인가 끝임 없이 설명하는 나를 발견했다. 이 모습을 반성하면서 ‘체험 학습은 교실 수업 구조와 다른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이야기를 나눈 선생님들도 야외에서 학습 방법은 교실 수업 구조와 다르다는 생각에 동의를 해주었다. 역시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같은 모양이다. 


  의미 있는 체험학습이나 프로젝트 학습을 진행하기 위해서 내가 가진 몇 가지 경험들을 나누었다. 첫 번째로 ‘아이들을 호기심의 꼭대기에 올려놓기’이다.  ‘이게 뭐야, 정말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으로 아이들 머릿속을 채우는 것을 난 ‘호기심의 꼭대기’라고 말한다. 학생을 호기심의 꼭대기로 올려 놓기 위해서는 교사가 만드는 프로그램들이 매력적이어야 한다. 

 

 두 번째, 단순한 체험이 아니라 학습 과정으로서 체험이 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들 작은 조각으로 나누고 연결해야 한다. 이것을 ‘호기심 레일 만들기’라고 한다. 호기심 레일은 작은 프로그램의 조각들이다.

 

  세 번째, 호기심의 꼭대기에서 작은 레일을 만들어 호기심 아래 있는 목표지점으로 연결한다.  이것을 ‘프로그램의 조직화 과정’이라고 말한다. 레일 끝에는 교사가 욕심내는 최종의 목표가 있다.  교사는 호기심의 꼭대기에서 만들어 놓은 호기심의 레일로 아이를 살짝 밀어 내린다. 학생들은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내리막길에서 쾌감을 느낀다. 이 쾌감이 ‘스스로 하고 있다는 성취감’이다.  어떤 호기심의 꼭대기 위에 서 있고, 그 호기심의 꼭대기는 얼마나 높은지 선생님들에게 물었다.


 호기심은 전염병 ‘사마귀와의 동거 일기’


  ‘하늘강’이름으로  많은 일을 했다. 생태모니터링 기법을 통해서 거제도 민물고기 잠자리를 잡고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잠자리 종수를 늘렸고, 개미허리왕잠자리를 발견하여 추후 ‘한국개미허리왕잠자리’가 새로운 종으로 등재되는 기틀을 만들었다. 긴꼬리투구새우에 대한 관심을 전국적으로 확산시켰고, 긴꼬리투구새우 연구를 하는 많은 학자들을 하늘강으로 오게 만들었다. 올챙이와 개구리를 잡았던 경험이 ‘경남양서류네트워크’의  기둥이 되어 경남의 양서류들을 지키고 보호하는 씨앗이다. 독한 호기심이 만들어낸 결과다. 


  교육과정과 결합된 생태환경교육 사례로 ‘사마귀와의 동거 활동’을 공유했다.  2014년 10월 1일에 시작해서  8월 31일까지 대한민국에서 사마귀와 701일을 동거하는 학생들이 있다. 교실에서 아이들이 사마귀를 키우고 관찰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사마귀장이 학교에 있고, 하늘강이 가장 큰 사마귀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사마귀 사육을 하면서 우리나라 사마귀 7종에 대한 생태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사마귀와의 동거 활동 프로그램은 하늘강이 만든 또 다른 호기심의 꼭대기다. 알 관찰, 사마귀 사육, 사마귀장 구성과 운영은 모두가 하늘강에서 만든 호기심의 레일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마귀와 아이들의 동거에 박수를 보내주었다. 관심있게 지켜보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많다. 우리나라 사마귀에 대한 생태 정보를 담은 책을 만드는 것이 호기심 레일의 최종 종착역이다.


특별한 두근거림의 정체는 물음표다.


  모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서야 내가 느꼈던 특별한 두근거림의 정체를 알았다. ‘물음표’다. 전국 각지에서 경남으로 달려온 많은 선생님들은 저마다의 물음표를 품고 사는 분들이다. 물음표에 답을 주어야 한다는 두려움이 두근거림을 만들었다. 


  ‘아이들과 밖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는 선생님의 질문에 나도 완성된 답을 달지 못하고 있다. 완벽한 답을 원한 것도 아닌데  계속 쓰고 지우기만을 반복하고 있다. 스스로 완성되지 못한 답을 선생님들과 나누어야 한다는 생각이 특별한 두근거림을 만들었다. 


 그래도 참 좋았다.

 

   물음표를 달고 사는 비슷한 선생님들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 이 동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가 실천교사모임이라는 공간이다. 누가 어떻게 답을 달았고 어떻게 답을 만들었는지 엿보면서 자기의 물음표을 이해하는 과정이 이번 만남이다. 만남을 통해서 답안지가 더 넓어졌다. 다행스럽게도 넓어진 답안지에 내가 적은 물음표가 분명하게 보인다. 이제 답을 달 용기도 조금 생겼다. 다른 사람들의 물음표를 엿본 결과다. 참 좋다. 누군가도 그날 모임에 대해서  ‘참 좋다’라는 마지막 글을 적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