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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ce 1999 하늘강이야기/바람의 똥꾸를 찌른 솔밭(생태놀이)

바람의똥꾸를찌른 솔숲 17.10월에 만난 13종 '바똥솔 버섯이 생겼어요?

'바똥솔호빵버섯' 이렇게 이름표를 붙여 볼까?

 

Since 1999 대한민국 생태교육 1번지 하늘강

 

 

 

10월은 아기 엉덩이다.

붉은 감, 귤, 볼록하고 말랑말랑하다.

매혹적이고 탐스럽다.

소녀 교복을 입은 구절초

패션 모델처럼 학다리를 흔들고 가을을 걷는 억새

팔 근육에 돋아난 동맥의 발코니색 입술을 칠한 쑥부쟁이

모든 것들이 뽀샤시하다.

 

10월, 바람의 똥꾸를 찌른 솔숲을 걷다가 볼록한 것을 만났다.

버섯이다.

살짝 버섯이 눈에 들기 시작하더니

다음 날도 눈에 들어 왔다.

 

처음에 아기 엉덩이를 닮은 고운 모습 때문에 사진만 찍었는데

찍다보니 이름표가 궁금했다.

페북으로 버섯 전문가 고효순선생님께 이름표를 청했다.

 

묻고 답해 주는게 번잡한 일인데 선생님께서 친철하게

이름표를 달아 주셨다.  감사합니다. ^^:

 

버섯을 찍을 때는 꼭 버섯의 갓 아래의 모습도 꼭 찍어야 한다는 사실도 새롭게 배웠다.

살짝 버섯 갓 아래를 보니

그 모습들들이 참 단아하고 멋지다. 각양각색으로 저마다 다른 모양 다른 느낌이다.

직선과 곡선이 가진 오묘함을 느낄 수 있다.

 

1. 볏집버섯 종류 : 볏집버섯과 닮았다. 정확하게 동정을 못했다.

 

어린 시절 집안 가장자리 두엄에 돋아 났던 버섯과 닮았다.

그것과 다른 점은 조금 더 크고 당당하다.

좀 더 자세히 사진을 찍어야 했는데 '훅' 찍다보니 동정이 안 된다.

먹음직한 잘 익은 빵색깔이 눈에 쏙 드러 왔다.

 

 

 

 

2. 마귀광대버섯

 

'마귀'라는 말이 왜 들어 갔는지 버섯 모양을 보면 안다.

열정적인 춤꾼이 치켜 올린 치마 자락,

자유롭지만 강한 힘이 느껴지는 버섯이다.

갓 아래의 모습을 보여주는 당돌함이 누군가의 눈에는 마성처럼 보였을까?

마성의 힘을 자랑하듯, 버섯 삿갓이 쩍쩍 갈라졌다.

 

 

3. 먹물버섯

 

이름이 참 곱다.

'먹물' 곱게 다듬은 붓봉오리 같기도 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솜사탕의 씨알도 닮았다.

활짝 갓이 펴진 모습은 막 녹기 시작한 설탕 같다.

 

 

 

4. 미기록종 가칭 '바통솔호빵버섯'

 

미기록종이라고 한다. 그냥 보기에는 흔하게 많이 보일 것 같은 모양이다.

흰색에 둥근 모양, 왜 아직 사람들 눈에 띄지 못했을까?

아직 이름을 얻지 못한 버섯,

우리나라 5000여종의 버섯중에서 2000여종의 버섯만 이름이 얻었다고합니다.

이름을 얻지 못한 3000여 종의 일부다.

 

모양은 떡국에 넣는 흰 쌀떡을  뻥튀기 기계에 넣고 튀긴 모양이다.

아니면 겨울철 김이 모락모락 나는 호빵을 닮았다.

이름을 붙여 준다면 '바통솔호빵버섯'이라고 지어주고 싶다.

 

둘레의 많은 버섯들이 이름을 얻지 못한 모양이다.

아쉽다.  이름은 누군가의 존재 이유다.

 

 

 

5. 송곳니기계층버섯

 

나무에 붙어 있는 버섯이다.

나무에 붙어 있는 층층 모양의 버섯을 그냥 '구름버섯, 운지버섯'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참 이름이 길다.

나무에 돋아난 버섯들은 일반적으로 이 모양이다.

전통 민화에 나오는 산이나 그림, 절에 치장된 뭉개뭉개 단청 모양

이 모양들도 이 버섯을 보고 누군가 표현하려고 했을까?

 

 

 

6. 옷솔버섯

 

죽은 소나무에 돋아난 버섯이다.

'옷솔' 고운 우리나라 말일까?

선녀가 입는 옷 끝의 나풀거리는 비단 옷을 닮았다.

 

 

7. 적갈색유관버섯

 

'유'자가 우유를 의미할까?  숙성되기 시작한 우유 빛이다.

 모양을 봐서는 먹고 싶은 우유빛은 아니다. 느낌이 묘하다.

힘 없이 퍼진 밀가루 반죽같다.

 

 

 

 

8. 젖버섯아재비

 

'아재비'란 비슷하지만 아닌 것을 말할 때 일반적으로 붙는 말인데

'젓버섯'도 있는 모양이다. 삿갓 아래의 긴 선들이 촘촘하게 멋지다.  먹을 수 없는 버섯이겠지만 먹을 수 있다면 어떤 맛이 날까? 참 먹음직스럽게 생겼지만 입속에 들어가면 아무 맛도 나지 않은 물맛, 그 맛이 나지 않을까? 상상은 자유다.

 

 

 

9. 큰갓버섯

 

무협지에 나오는 무사의 갓을 닮았다.

갓아래 세상과 맞서는 정의 사도나

밀명을 가슴에 품고 떠나는 칼잡이의 서늘함이 보인다.

사갓을 보고 있으면 길을 나선 객의 맘을 움추리게 하는 빗소리가 들린다.

'툭툭뚝' 빗방울이 금방 떨어질것 같다.

그런데 삿갓아래는 정반대다.

정갈하고 따뜻하다.

 

 

10. 큰눈물버섯

 

'눈물' 땅에서 솓아 오른 눈물을 의미할까?

큰갓버섯을 먼저 봐서  같은 종일까하는 맘으로 사진에 담았는데 다른 종이다.

아무리 봐도 '눈물'과 관련된 이미지를 발견못했다.

혹시 땅에서 돋아 날 때 눈물을 닮았을까?

 

 

11. 풀색무당버섯

 

처렁처렁 무당 구슬 소리가 들린다.

새파랗게 입술을 칠한 무당

신기를 받고 얼굴 색이 변하기 시작한 얼굴같다.

 

 

12. 혈색무당버섯

 

이번에는 붉은색 무당이다.

신구판 소리에 팔랑이는 무당 치마 같다.

버섯의 갓 가장자리가 정갈하지 못하다.

정신 없은 굿판 소리가 들린다.

 

 

13. 황소비단그물버섯

 

왜 황소인지 딱 보니 알겠다.

누런 황소가 한마리 누워서 잠을 자고 있는 모습이다.

삿갓 아래 모습은 스폰지 모양이다.

 

 

 

정리를 하고 보니 13종을 만났다. 

솔나무가 지배하는 '바람의 똥꾸를 찌른 솔숲' 10월 달에 만난 버섯들이다.

봄비가 오고 난 후 부터 찾아 나선다면  바람의 똥꾸를 찌른 솔숲에서 20여종은 쉽게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호기심을 답하기 위해서 도감을 구입했다.

멋진 그램책 하나가 더 생겼다.

 

말랑 말랑한 10월,

가을 햇살에 눈도 말랑 말랑하다.

 

 

쿵쿵쿵 호기심은 전염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