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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기에 소중한 생물들의 친구/양서류와 인연만들기

제주도의 물길에서 만난 양서류와 잠자리이야기

제주도의 물길에서 만난 개구리들과 잠자리

 

여름 햇살이 시들기 전에 제주도 좁쌀사마귀와 제주도 물길을 꼭 확인하고 싶었다. 꼼꼼히 준비하는 평상시 모습과는 다르게 무작정 제주도로 갔다. 마치 꾹 눌러 놓았다가 손을 떼면 뛰어 오르는 스프링 같은 예고된 돌출행동이다.

 

도착하자마자 동백동산습시센터로 향했다. 첫 숨을 센터 앞 정자에서 돌렸다. 작은 연못이 정겹고 고왔다. 날아다니는 왕잠자리 심하게 영역다툼을 했다. ‘혹시 남방왕잠자리일까?’ 날아다니는 왕잠자리를 챕질 해 보았다. 남방왕잠자리는 왕잠자리보다 조금 더 몸이 길고 꼬리 반문이 둥근 모습이다. 모두 왕잠자리다. 날고 있던 왕잠자리 수컷이 암컷과 짝짓기에 성공했다. 빙글 저수지를 돌더니 연잎에 앉아서 산란을 했다. 푸른아시아실잠자리가 왕잠자리를 시샘하듯 옆을 맴돌았다.

 

 

 

 산란하는 왕잠자리

 

 동백동산습지센터에서 채집한 왕잠자리

 

 

 

연못 주변을 돌 때 마다 소리가 났다. 연못 풀숲에서 쉬고 있던 참개구리가 발걸음 소리에 놀라 연못 속으로 숨는 소리다. ‘참개구리 한 마리가 물 속으로 쑥 잠수했다가 연못 위로 고개를 내밀었다. 푸른색 몸 무늬다. 가을에 접어 들면 참개구리들의 색도 갈색으로 갈아 입는 경우가 많은데 아직 여름 옷 벗기를 주저하고 있는 모양이다.

 

 

제주도 북방산개구리

참개구리

 

 

제주도 조사 둘째날(95), 선흘곶동백동산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에 뱀 조심이라는 입간판이 눈에 들어 왔다. 곶자왈 안으로 들어갔을 때 다시 한번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숲 냄새, 나무들, 숲속 풍경이 거제도나 고향 산청과는 완전히 달랐다. 하늘을 가린 숲 때문에 숲 안은 어둠고 숲 사이에 쏟아지는 햇살들이 신비한 느낌을 만들었다. 숲 냄새는 곶자왈이 품고 있는 습기 때문에 더 깊어지고 넓어지고 있었다.

 

 

동백동산 입구 뱀조심 안내판

 

 

바닥의 재미있는 버섯을 보고 있었는데 무엇인가 쑥 지나가고 있었다. 순간 비라리뱀이다라는 생각으로 사진기로 초점을 맞추었다. 대륙유혈목이가 아니면 분명히 비바리뱀이다. 사진을 찍도 전데 구멍으로 쑥 사라졌다. 비바리뱀이었을까?

 

한 구비를 돌고 있는데 낙엽으로 덮혀 있는 작은 웅덩이가 보였다. 갈수기에 물이 고일 정도면 이곳은 늘 물이 고이는 곳이다. ‘물 속에 무엇이 있을까?’ 하고 손 뜰채로 쑥 손을 내밀어 속을 뒤졌다. 다시 한 번 앞으로 손을 넣다가 깜짝 놀랐다. ‘쇠살모사다또아리를 틀고 쇠살모사가 웅덩이 옆에 잡고 있었다. 살모사 앞을 손 뜰채를 들고 2번이나 왔다 갔다 했다는 사실을 확인 했을 때 등골에 소름이 짝 돋았다. 만일 더 안쪽을 퍼내기 위해서 발이나 손을 짚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입구 쪽의 뱀 조심 간판은 그냥 장식용이 아니었다. 축축한 습기를 머금고 있는 숲은 뱀들에게는 천국과 같은 곳이다.

 

 

제주에서 만난 쇠살모사

 

먼물깍습지에 왔다. 람사르습지도 지정된 곳이다. 화산지대 산 정상부에 자리 잡은 작은 연못이다. 현무암 바위가 품은 물웅덩이지만 잠자리들이 반할 수 밖에 없는 습지다. 화산지대에 만들어진 습지대는 일본의 기본 지형들과 닮았다. 제주도는 일본과 한반도 내륙의 잠자리 분포를 연결하는 지정학적 중간지대로 매우 중요한 공간이다. 현재까지 국내잠자리 연구 과정에서도 제주도에만 관찰되는 몇 종의 잠자리가 있다. 한라별박이왕잠자리, 남색이마왕잠자리, 큰무늬왕잠자리는 현재까지 제주도에서만 관찰되었다. 날개잠자리와 남방왕잠자리는 한반도 내륙에서도 관찰되지만 제주도에서 더 많이 관찰된다. 먼물깍습지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에 앉아서 잠자리를 모니터링했다. 고추좀잠자리,깃동잠자리,들깃동잠자리, 아시아실잠자리,두점박이좀잠자리,왕잠자리,고추잠자리,하나고추잠자리. 제주도에서만 만나고 싶은 종은 보이지 않았다.

 

먼물깍습지 모습

 

 

들깃동잠자리

 

다음날 한림면 용수저수지로 갔다. 제주도가 품은 가장 큰 저수지다. 용수저수리 아래로 농사를 포기하면서 생긴 저습지가 보였다. 잠자리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곳을 왔다 갔다. 용수저수지 주변을 천천히 모니터링 했다. 참개구리들이 먼저 보였다. 어제 밤 야간 모니터링을 하면서 제주도 북방산개구를 만났다. 봄이면 이 물 줄기에 북방산개구리와 도롱뇽이 알을 낳고 신방을 꾸밀 것이다. 제주도 양서류들에게 용수저수지는 꿈의 궁전이다.

 

 

제주도 북방산개구리 모습

 

 

 

 

 

 

용수저수지

 

용수저수지 주변을 모니터링하다가 웃음이 나오는 풍경을 보았다. 제주도의 논 풍경이다. 논에 스프링클러로 물을 주는 풍경이 마치 겨울에 입은 비키니 복장처럼 어색했다. 농로는 어떤 모습일까?하고 주변을 살며 보니 역시 농로는 바짝 말랐다. 제주도 사람들에게 논이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농로가 말해 주고 있다. 농로 가장 자리에 물이 고인 곳이 보였다. 둠벙이었다. 물을 담기 위한 둠벙이 제주도에도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반가운 맘에 둠벙으로 다가갔는데 하고 소리를 내며 둠벙 속으로 무엇인가 들어갔다. 황소개구리다. 용수저수지 주변을 몇 곳을 돌아다녔는데 곳곳에서 황소개구리 발견되었다. 용수저수지도 황소개구리에게 점령당해 있었다.

 

 

제주도의 논

 

용수저수지에서 만난 참개구리

 

용수저수지에 만난 황소개구리

 

 

멀리서 온 이방인을 제주도는 냉대하지 않았다. 발걸음을 돌려 돌아갈 채비를 하는데 저수지 가장자리 앉은 잠자리 한 마리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남색이마잠자리. 남색이마잠자라리는 2010년에 제주도에서 수컷이 처음 확인되었다. 유충기간이 약 3개월로 매우 짧은 특징이 있고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1년에 2번 발생하는 종으로 알려져 있다. 암컷 한 마리를 채집했는데 알을 색도 남색이다. 남색이마잠자리와의 인연을 통해서 제주도와의 인연은 기분좋게 이어졌다.

 

 

 남색이마잠자리  

 

 

제주도의 물길을 보고 흙냄새도 가슴에 새기고 돌아왔다. 만나고 싶었던 좁쌀사마귀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제주도에 다시 갈 이유도 더 분명해 졌다. 큰무늬왕잠자리도 한라별박이왕잠자리와의 인연은 다음 기회가 되었다. 인연은 욕심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기다림과 간절함이 깊어지면 돋아 날 뿐이다. 더 간절하게 기다렸다가 제주도로 가야겠다. 그 때는 압축된 용수철이이 튀어 오른 것이 아니라 미사일이 되어 있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