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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오형제와의 추억/삼돌이의 성장 일기

제주도에는 어떤 사마귀가 있을까?

  2015년 10월 제주도 동백동산에 갔었다. 연못 왕잠자리 한쌍이 짝지기를 하면서 반겼다. 첫날 구름 사이에 햇살 가끔 보임, 둘째날 비를 꾹 하늘이 참고 있다가 오후부터 비가 옴, 셋째날 계속 비가 왔다가 멈추기를 반복하다 쭉 비가 옴, 날씨가 원망스러웠지만 하늘의 뜻이다. 할 수 없지 비행기 표를 바꾸어서 하루 빨리 돌아 왔다. 좁쌀사마귀에 대한 만남은 다음 기회로 미루어졌다.

 

 

 

  2016년 겨울, 환생교(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겨울 습지 연수를 제주도에 소식을 듣고 가족들과 함께 신청을 했다. 제주도 물길과 흙냄새와 풀냄새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다. 물길은 잠자리와 양서류 공부를 위해서 꼭 필요했다. 흙냄새와 풀냄새는 곤충과 사마귀를 이해하는데 필요하다.

 

 

제주도에 가기 전에 묻고 물었지만 대답은 같았다.

낙엽층을 조사해야 해

낙엽층 안 쪽이나 말린 곳에서 알을 발견한 적이 있어

처음 보면 알인지 잘 모를 거야

그리고 공통적으로 한 말이 있다.

보기 힘들 거야

힘들 줄 알고 나선 길이였지만 혹시나는 기대감에 몸이 부풀어 올랐다.

 

  연수팀을 운영하는 선생님께 미리 사마귀 조사 찾기에 대한 내용을 알리고 양해를 구했지만 전체 연수에 누가 될까봐 늘 조바심이 났다. 다행이 선생님들이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려고 해 고마웠다.

 

 

 

 

  첫날 새벽에 출발해 숙소 근처의 절몰휴양림으로 향했다. 길을 걸어가면서 이리 저리 눈동자를 돌렸다. 물길과 땅이 다른 때문인지 사마귀가 있을 만한 곳이었지만 쉽게 보이지 않았다. 왕사마귀 알들이 현무암 돌틈바귀니와 나뭇가지에서 2-3개 발견되었다등산로와 나무 아래를 조사를 했지만 좀사마귀알들만 발견되었다.

 

  둘째날은 비가 내렸다. 1회용 우의를 입고 연수를 진행했다. 동백동산에 도착해서 돌 아래와 낙엽층을 이리 저리 찾았지만 좀사마귀 알들만 발견되었다. 이상한 것은 애사마귀 알들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거제도의 경우 애사마귀가 좀사마귀 알과 같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애사마귀는 습도에 더 민감하다는 증거다.

 

  세 번째 도전은 화순곶자왈이다. 난대림과 활엽수림이 적당하게 조화를 이룬 곳이다. 땅과 풍경을 보고 내심 이곳에서는 있을지 모른다라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아쉽게도 좀사마귀알만 발견되고 좁쌀사마귀 알은 발견되지 않았다.

 

  네 번째 도전은 모든 팀들이 한라산 영실 등반을 하는 날 있었다. 가족 전체가 영실 등반을 포기했다. 중딩 큰아들을 위한 배려이기 보다는 허리디스크에 대한 통증이 더 두려웠다 덕분에 새로운 공간과 마주 했다. 난대림 휴양림, 상록활엽수림이 겨울 속 정글 풍경을 만들어 놓은 곳이다. 이 공간에는 제주도에서만 만날 수 있는 수많은 곤충들의 집이고 놀이터다.

 

  마지막도전은 연수가 끝난 금요일 오후에 있었다. 렌트카를 해서 동백동산으로 갔다. 등산로부터 주변을 꼼꼼하게 뒤졌다. 동백동산에서 생태 가이드를 했던 해설사님이 이곳에서 2년 전 좁쌀사마귀를 만났다는 이야기를 했다. 분명히 동백 동산 어디에가는 좁쌀사마귀의 알이 있다. 최선을 다했다. 비가 방울 들고 어어둠이 내릴 때가지 나뭇잎고 돌을 아래를 조사했지만 없었다.

 

  만나고 싶었던 좁쌀사마귀 알을 만나지 찾지 못하고 거제로 왔다. 아쉬운 도전이다. 생물과의 만남은 인연이라고 믿고 살고 있는데 아직 인연이 아닌 모양이다. 실패를 통해서 얻는 몇가지 중요한 정보도 있다.

 

 

  제주도 경우 바람의 영향으로 왕사마귀들이 갈대의 줄기 보다는 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둘째 애사마귀는 생각보다 습도에 민감한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거제도와 달리 같이 발견되지 않았다. 셋째 제주도는 항라사마귀가 좋아하는 초지대가 넓게 형성되어 있다. 조사를 하면 생각보다 많은 수가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 변수도 있다. 바람이다. 나뭇가지를 유심히 못 보았지만 넓적배사마귀와 참사마귀알들이 보이지 않았다. 왜일까? 제주도 사마귀는 바람에 어떻게 적응했을까? 참 궁금하다.  풀어야 할 숙제다.

 

  실패는 새로운 도전의 씨앗을 낳는다. 실패로 얻는 새로운 도전이 고마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