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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희망이 흐르는 교육

아이들 맘 속에 우물을 파는 날 '찜질방에서는 보낸 5시간'

아이들 맘 속에 우물을 파는 날 '찜질방에서의 5시간'

 

  아이들이 아침부터 흥분 되어 있다. 정확하게 저번주 화요일부터 이날을 기다렸다.

  "앵산찜질방에 갈 꺼야"

  "진짜로 가요?"

  아이들도 믿지 못하는 눈치다.

 

  갈 계획은 3월 상담 주간 쯤에 잡았지만 여러가지 일들이 겹쳤다. 학급에 특별한 일이 생겼다. 미물수 없어서 교장 교감선생님께 생각을 말했다.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 주셔서 바로 추진할 수 있었다. 

 

  모든 사람들은 상처와 아픔을 품고 살아간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아이들 맘 속에서 천만가지의 감정들이 만든 상처들이 있다. 그 상처들이 지금은 표나지 않을 지라도 언젠가 몸 속에서 돋아나는 가시가 되어서 아픔을 준다. 그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아픔을 씻을 수 있는 감정이다.  난 이 감정을 '우물'이라고 부른다. 아픔을 씻을 수 있는 맘 속의 우물, 이 물이 있다는 아품은 씻을 수 있다.

 

  우물을 채울 수 있다. 채울 수 있는 것은 따뜻한 감정, 행복이다. 행복한 감정은 추억과 그리움이 꽃잎으로 꼭 감싸고 있다. 추억은 아품을 감싸 안을 수 있는 유일한 이불이다. 그리움은 아픔을 다듬는 작은 바늘이다. 추억과 그리움이 온기를 만들고 상처를 모듬지 않는다면 상처는 독한 절망감으로 사람을 먹고 만다.

 

  모든 사람들도 그렇겠지만 나도 상처와 마주 할 때가 있다. 그 때마다 떠 오른 사람이 있다. 그 사람과의 추억이 있고 그리움을 생각하며 상처를 씻어 내려고 노력한다.  사람이면 비슷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4시 30분에 찜질방으로 향해서 9시에 끝나는 활동으로 프로그램을 잡았다. 행복한 추억을 만들기에는 긴 시간이라고 생각을 했다. 짧지만 깊숙하게 남아서 오랫동안 가슴 속에서 큰 우물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었다.

 

  교육이란 마음을 얻는 활동이다.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마음을 모아야 한다. 마음을 모우기 위해서는 하나가 되는 중심들이 있어야 한다. 그 중심에 교사에 대한 신뢰가 서 있을 때 아이들에 피가 통하고 온기가 전달되는 교육이 될 수 있다.

 

등밀어주고 목욕하기

머리 모우기

몸 모우기

같은 밥 먹기

함께 어울려서 게임하기

함께 속 때 씻기

마음 담는 이야기 얼굴 만들기

친구들과 야식 먹기

온기가 흐르는 느낌 말하기

집으로 돌아가기

 

10가지 내용들로 활동 내용을 잡았다. 등밀어주고 목욕하기 활동을 끝내고 나와 보니 5시 45분, 준비한 시간이 부족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부모님께 9시 30분에 출발한다는 메세지를 남기고 활동을 시작했다.

 

등밀어 주고 목욕하기

언젠가 먼 훗날 이 모습을 보면서 이 순간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서로가 서로를 씻어 주었다. ㅎㅎ

 

 

 

 

 

역시 남자가 빠르다. 한참 남자 아이들이 신나서 놀고 있을 쯤에 여자들이 들어 왔다.

아이들이 큰 소리로 뛰고 말하고 장난을 치고,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해서 조용히 하라고 했지만 역시 아이들은 아이들이다.

'손님들이 없어서 다행이다'라고 생각을 했는데

찜질방에서 손님 2분이 걸어 나왔다. 에고고...  미안해서 어쩌나 ㅠㅠ

 

 

 

 

 

머리 모우기 활동

 

머리를 둥글고 만들어 누웠다.

" 모두가 똑 같애"

" 모두가 중심이야"

이 말을 아이들에게 해 주었다.  모두가 하나라는 사실, 같이 연결 되어져 있다는 사실은 아이들 스스로가 발견했을까?

 

 

 

 

 

 

 

 

 

 

 

몸 모우기 활동

 

  하나기 되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하다. 연습이란 스스로에게 익숙해 지는 것이다. 아이들은 같은 공간에 있지만 스스로에게 익숙해 있지 않다. 다만 오랜 시간 동안 그냥 그렇게 습관적으로 스스로를 용납하고 있을 뿐이다.

 

 

 

 

 

 

 

 

 

 

먼 훗날 나의 모습을 기억하기 위해서

단체사진을 찍었다. ㅎㅎ ^^

" 오늘 편안하게 쉬로 왔는데 오늘 아이들이 왔네요"

" 네.. 아이들 공부하고 있는 중입니다"

사진을 찍어 주신 분에게 조금은 미안한 생각도 들었지만

그 정도는 이해 해 주실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같은 밥 먹기 활동

 

아이들 손님들이 대견했는지 찝질방 아주머니와 사장님이 다양한 친절을 베풀어 주셨다. 저녁을 라면으로 먹을까 생각했지만 잘 먹어야 잘 놀 수 있어서 밥 중에서 선택을 했다. 떡국이냐 미역국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같은 밥을 먹으려 했는데 미역국을 싫어하는 친구가 있어서 선택을 했다. 결과는 5개의 떡국과 7개의 미역국... 냠냠......^^

 

 

 

 

함께 어울려서 게임하기

 

식사를 하고 아이들에게 잠깐 시간을 주었다. 놀이를 위해서 함께 할 수 있는 보드 게임들을 가져 오게 했는데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았다. 아이들 세계에도 질서과 규칙이 있어서 모두다 즐겁거나 행복한 것은 없다. 어른들 사회와 똑 같다. 이번 활동은 최소한 아이들이 아이들 답게 말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서로를 접촉시키고 교집합을 만드는데 목적이 있다.

 

 

 

 

시계를 계속 보게 되었다.

5시간이 긴 시간인 줄 알았는데 한 단계 한 단계 마다 활동에 시간이 부족했다.

하루 일정으로 오는게 맞았겠지만

주말에는 다른 손님들이 많아서 우리가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 할 수 없다.

아쉽다.

다음에 만일에 한다면 3시부터 아이들과 함께 하는 활동을 해야겠다.

 

 

마음 속 때 씻기

 

  찜질방에서 모두 모여서 누웠다.

  " 지금부터 맘 속에 있는 속 때를 씻어 낼 꺼야"

  " 맘 속에 있는 친구들에 대한 미움, 질투, 시기, 상처들을 모두 땀으로 배출해야 해"

 

아이들에게 기초적인 단전 호흡을 시켰는데

걍.... 왕자님이 잠에 골아 떨어졌다.

절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조용히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주었다.

 

꼼지락

꼼지락

뽀시락

뽀시락

 

아이들은 자기 나름대로 그 시간을 즐겼다.

 

 

 

 

 

 

얼굴 그리기 활동

 

준비한 활동 자료로 얼굴 그리기 활동을 시작하려고 학생들을 다시 밖으로 불러 모았다.

걍... 허참.... 학습지가 없다.  비슷한 결재판 안에 넣어 두었는데 다른 결재판을 가지고 온 것이다.  그런데 시간을 보니 1시간 30분이 남았다.

 

아이들은 오기 전부터 찜질방의 라면을 먹고 싶다고 안 달이 났는데

다음에 하기로 하고 야식을 먹기로 결정했다.

만일에 활동지를 가지고 왔으면 야식을 먹을 수 없었다.

신의 뜻인가 보다.  야식을 먹어 보자...ㅎㅎ

 

 

친구들과 야식 먹기

 

야식은 라면, 계란, 식혜다. 똑 같이 모둠별로 먹기로 했다.  라면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공주님이 내 머리를 고무줄로 감았다.  ㅎㅎ 망가진 모습에 아이들이 사진을 찍자고 했다. 역시... 누군가 망가져야만 분위기가 더 사는 모양이다.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서 셀카로 찍었다.

 

 

 

 

 

 

역시 먹는게 남는 거다.

아이들이 신이 났다.

 

 

 

 

 

온기가 흐르는 느낌 말하기

 

야식을 먹고 모두 손을 잡았다. 남은 시간은 한 시간. 목욕시간을 제외하고는 약 40분의 시간이 남았다.  손을 꼭 잡고 아이들에게 오늘 활동에 대한 느낌 말하기,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제일 많이 나온 이야기는 '맛있는 것을 많이 사 주어서 선생님께 고맙다'늘 말, 두번째로 많이 나온 말은 '좋은 추억이 생겼다'는 말, 세번째로 많이 나온 말은 '잘 안 친하는 아이들과 친해 졌다'는 말들 이었다.

 

" 우리 오늘 속 때를 벗겼다, 알고 있지"

" 우리는 하나가 되기로 약속을 했고, 모두가 소중한 강아지 똥이라는 것도 약속했지"

 

 

 

 

  아이들은 모두 동의를 했다. 무엇인지 모르지만 중요한 약속을 했다. 약속을 했으니 이제 지켜야 하고 지키지 않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도 분명히 아이들도 알았다. 교사를 믿고 따라야 할 이유가 분명해 진 것이다. 학생이 교사에게 가져야 할 첫번째 감정은 존경이 아니다. 존경는 먼 훗날 만들어지거나 그리움이 만든 감정들이다. 아이들에게 존경을 바라는 교사들을 만나면 그래서 슬프진다.

 

 

  현장 교육에서 교사가 학생들에게 가져야 할 첫번째 감정은 신뢰라고 난 생각한다. 선생님을 믿고 의지 할 수 있는 신뢰, 오늘 강아지똥들과 만들거 싶었던것 나누고 싶었던 말도 마찬 가지다. 서로는 신뢰할 때 피가 통하고 온기 통해서 발전 할 수 있다. 사랑하면 변할 수 있지만 그 사랑이 신뢰에서 비롯 될 때 진정으로 변할 수 있다.

 

 

  아이들과 옹기종기 노는 모습이 사장님도 보기가 좋았던 모양이다. 아이들을 위해서 음료수를 선물해 주셨다. 봉고차를 몰고 있는 삼촌에게 꼭 집앞까지 학생들 태워주고 오라는 당부의 말도 해 주셨다. 역시 아직은 세상은 따뜻한 곳이다. 혹시나 하는 맘에 아이들을 집 문 앞까지 데려다 주었다.

 

 

아이들 가슴에 큰 우물 하나가 만들었다. 그 우물이 물이 말라 붙고 긴 세월 동안 메워질 것이다. 그래도 좋다. 영원한 것이 없는 것이 영원한 세상이다. 다만 나와 함께 하는 시간 동안 그 우물 속에서 출렁이는 물길들이 아이들 가슴 속에 있는 아픔과 상처를 씻기고 안아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것도 욕심이다.

 

  최소한 강아지똥은 찐한 추억에 대한 공통분모가 생겼다. 이제 그 이야기 속에서는 모두가 평등하고 같이 웃을 수 있다. 모두 똑 같다. 약속처럼 하나처럼 느끼고 서로에게 더 따뜻한 온기를 나눌 수 있는 이유들이 만들어졌다.

 

아이들이 내일 부터 걱정하면 좋겠다.

곱셈과 나눗셈 통과 ㅎㅎ

4월말까지 통과하지 못하면 체육시간에 나눗셈과 곱셈을 한다고 협박도 해 두었다.

난 될 것이라고 믿는다.

과욕일까?

 

 

쿵쿵쿵 교육은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다. 2016년 4월 11일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