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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희망이 흐르는 교육/쿵쿵쿵 교육이야기

마을 둘러 보기에서 봄과 마주치다.

마을둘러 보기에서 봄과 마주치다.

 

  아이들이 말이 많고 목소리도 높다. 옛날처럼 일 년에 딱 2번 소풍이라는 이름으로 체험학습을 하는 것도 아닌데, 체험학습의 설렘에 입술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꽃잎처럼 움직인다. 사람은 다양한 신체 부위를 통해서 감정을 전달하는데 아이들은 목소리를 들으면 쉽게 아이들 기분을 알 수 있다.

 

 

  오늘은 올해 첫 마을 둘러보기활동을 하는 날이다. 움직일 수 있다는 것,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은 살아 있는 생물만 가진 기운이다. 어린 잎 일수록 바람에 더 살랑살랑 잘 움직이는데 학교라는 공간 교실과 작은 의자와 책걸상은 불편 할 수밖에 없다. 이것에 해방되어 바람처럼 풀처럼 흔들릴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체험학습이주는 최고의 기쁨이라는 사실을 아이들은 알고 있다.

 

 

 

  마을 둘러보기, 처음 학교에 왔을 때 둘레의 풀과 나무 논과 산과 마주했다. 작은 농로와 농수로들이 학교 뒤편에 병풍처럼 누워있었다. 자연의 품이 학교 뒤에 있었지만 교육의 소재는 아니었다. 지역을 품지 못하는 학교는 심지가 작은 촛불과도 같다. 지역을 품어야만 바람결에도 견디며 밝은 빛을 바라는 초처럼 타 오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체험 학습에 관심이 많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첫 프로그램을 진행 할 때 많은 생각들을 했다. 특별한 무엇을 만들기 위해서 궁리를 했다. 궁리를 한다 하더라도 개인이 하는 활동이 아니라 함께하는 활동이어야 했다. 함께 한다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마을 둘러보기는 아이들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쳐 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봄꽃의 이름과 논에서 꼼지락되고 있는 이름들도 중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고개를 들고 풀과 나무와 눈 맞춤을 할 기회, 길가의 꽃이 피어 있는 것을 선생님과 함께 볼 수 있는 기회, 친구들과 선생님과 함께 걷지 않으면 한번 도 가지 않을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다.

 

  마을걷기 활동에 다양한 것을 채워 넣을 수는 있다. 만일에 내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프로그램들이 진행하는 다른 교사들이 부담스러워 한다면 활동은 축소되고 나중에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누군가가 할 수 있는 일보다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중요한 일일 때가 많다.

 

  아이들과 논두렁을 걸었다. 어린 때 늘 걷던 길이지만 아이들은 논두렁이 길이 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논두렁은 우리 동네와 옆 동네를 이어주는 길이고. 친구 한생이 논과 우리 논이 어깨를 나란한 논이다. 성일이와 장난을 치고 꼴(소먹이 풀)을 베고 개구리를 잡기 위해서 다녔던 길이다. 아이들 눈에는 그런 길이 안 보이겠지만 내 눈에 논두렁은 특별한 길이다.

 

 

 

 

 

  논두렁을 걷는데 아이들이 재미있다고 난리다. 외줄타기를 하는 듯한 긴장감이 아이들을 더 흥분되게 만들었다. 논두렁을 밟는 느낌은 색다르다. 살짝 살짝 꺼지는 무른 흙길과 촉감이 참 좋다. 논두렁을 옆 고인 웅덩이에 참개구리 알을 낳았다. 참개구리 알덩이는 이제 곧 여름이 시작되는 신호다.

 

 

 

  논두렁을 따라서 학교 옆 큰 느티나무로 갔다. 마을의 대표적인 노거수로 마을을 지켜 왔지만 편리를 위해서 새롭게 길을 내면서 마을 모퉁이에 방치되어 있다. 아이들에게 꼭 껴안아 보게 했다.

  “ 느티나무 숨소리 들어 봐

  “ 250년 되었다고 적혀 있네.

  노거수 표지판의 숫자가 아이들 둘을 똥그랗게 만들었다. 아이들이 꼭 안아 주었다. 마을 어귀에 간만에 250년 된 느티나무가 사람 온기를 느꼈다.

 

 

 

 

 

 

 

 

 

 

 

 

  아이들을 땅에 앉게 했다. 봄물을 품은 부드러운 봄 흙을 손으로 만져 보게 했다. 누군가는 부드럽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까칠하다고 말했다. 아이들 손에 흙이 묻는 일이 없어진 세상에서 이렇게라도 흙에 대한 정감을 가르쳐 주고 싶었다. 맞다. 부드럽기도 하고 까칠까칠하기도 한 것, 이것을 흙이다.

 

  논 주변을 둘러보고 앵산 산마루로 올랐다. 어른 걸음으로는 오고가는 것이 1시간이면 족한 길이지만 아이들에게는 한 없이 높게 느껴 질 수도 있다. 아이들과 산마루 중간을 걷고 있는데 3학년 아이들 한 무리를 만났다. 3학년 공주님이 친구 가방 2개를 들고 산을 오르고 있다.

  “ 선생님이 들어 줄까?

  “ 아니요

  아이의 대답은 단호했다. 여학생인데 대찬 대답이 너무 듣기 좋다. 저학년 학생에게는 쉽지 않은 오르막길이다. 자기 몸도 건사하기 힘든 저학년이다. 가방을 울러 맨 아이는 우리가 주변에서 만나는 천사의 모습이다. 사람들 맘이 어떤 빛깔로 채워져 있는지 모르지만 선하게 태어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오르막에는 아이들과 손을 잡고 모둠별로 함께 오르게 했다. 힘들 때 의지해야 하는 것인 친구다. 아이들이 싫은 기색도 하지 않고 손을 꼭 잡고 오르는 뒷모습에도 천사의 모습이 있다.

 

 

 

  마을 둘러 보기 활동에서 2번 강아지똥 노래를 불렀다. 한번은 논두렁에서 한번은 둑방 저수지 위에서 노래를 불렀다. 파일을 녹음을 만들어 마을걷기 활동에서 찍은 사진들을 입혀 주고 싶었다.

 

  내려 오는 걸음에 두꺼비 올챙이가 얼마나 많이 자랐는지 확인 해 보려고 했다. 그저께 내린 비에 저수가 볼록하게 배물이 나와서 올챙이 관찰이 쉽지 않았다. 옆 소류지에 올라 마을 전경을 보여 주고 싶어 발걸음을 돌렸다. 둑방에서 신나게 소리를 지르고 강아지똥 노래를 신나게 불렀다.

 

 

 

  학교에 도착하자 마다 평상에 아이들과 하늘을 보며 누웠다. 봄 하늘도 봄 햇살 여린 잎을 닮아 있다. 진하지도 독하지도 않는 푸른 빛이 말똥 말똥 우리를 지켜 보았다.

 

 

 

글쓰기로 글들이 활동이 마무리 되었다. 우리 공주님의 글이다. 생각이 봄 바람처럼 자유롭다.

 

   

봄이 온다.

 

바람이 벚꽃이랑 놀아 주고

저 하늘을 놀리네

느티나무 할아버지가 하지말라고 으흠 해도

논두렁도 바람을 놀리네

 

봄 흙은 벚꽃을 안아 주고

봄물도 벚꽃이랑 놀아주네

행복할 거야

 

벚꽃도 행복할 거야

산이 놀아주고

구름도 초대해 주고

구름이 이번에는 벚꽃과 놀아주네

구름이 웃고 있어

기분이 좋은가봐

 

구름이 없어지네

벚꽃이 없어지네

바람따라 벚꽃도 없어지네

함께 놀로 갔나봐